[ 아시아경제 ] 전북 고창군 대산면과 성송면에서 땅콩 농사를 짓는 230개 농가는 생산과 출하를 함께 하는 공동경영체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 농가들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품종을 선정해 동일한 방식으로 파종과 정식, 재배 등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수확기, 탈곡기, 트랙터 등의 농기계를 공동으로 이용한다. 이 결과 노동강도와 생산비용을 낮추고, 품질을 높여 농가 수익을 늘릴 수 있었다. 정부가 지원하는 '밭작물 공동경영체육성' 사업을 통해 이룬 변화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밭작물 공동경영체 육성지원사업을 시작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총 174개의 공동경영체가 육성됐다. 지원사업 첫해인 2016년 15곳으로 시작해 올해까지 매년 18~25곳씩 공동경영체를 육성한 결과다. 이를 통해 총 양파와 사과, 복숭아, 고구마, 대파 등 47개 품목을 공동으로 재배해 출하하고 있다.
이 지원사업은 밭작물 주산지를 중심으로 공동경영체를 육성해 조직화·규모화하고, 생산유통 통합조직과 계열화를 통해 시장교섭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자율적 수급조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16년 시행됐다. 농식품부와 aT,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고 선정된 경영체가 시행을 맡는 구조다.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를 재원으로 공동경영체별 10억원(국비 50%·지방비 40%·자부담 10%)까지 지원된다. 지원자금은 밭작물 생산농가에 대한 교육 등 역량 강화와 공동영농에 필요한 농기계류 및 장비 등 생산관리, 저장·유통, 건조, 선별 및 포장, 가공시설 및 장비 등의 상품성 향상에 사용된다.
대산면과 성송면의 머리글자를 딴 대성농협의 경우 지원사업을 통해 땅콩 경영체를 성공적으로 육성했다. 정동익 대성농협 땅콩가공사업소장은 "대성농협은 1992년부터 농가에서 땅콩을 수매해 선별·가공 판매하는 땅콩가공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탓에 힘이 많이 들고 작업에 드는 시간이 많아 기계화 필요성이 컸다"며 "지원사업을 통해 각종 농기계를 확충하고 공동으로 품질개선 노력을 진행해 노동·생산비 절감, 농가 수취가 증대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성농협은 2021년 밭작물 공동경영체 육성지원사업에 공모해 2022년부터 2년간 지원을 받았다. 국비 5억원과 지자체 4억원, 자부담 1억원 등 총 10억원이다. 이를 통해 대성농협은 농가 역량강화과 생산비 절감, 품질개선에 나섰다. 우선 참여 농가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공동경영체 조직·육성을 위한 컨설팅과 교육을 실시했다. 농가들에 공동경영체 육성사업의 필요성을 홍보과 함께 공동경영체의 이점을 설명하고 향후 생산 품종과 관련한 간담회와 땅콩 생산기술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또 생산비 절감과 품질개선을 위한 설비를 확충했다. 생산설비의 기계화를 통해 노동강도와 빈도를 줄이기 위한 취지다. 이를 위해 4억원을 들여 흙을 쌓아 만든 두둑(작물을 심는 언덕 형태)을 비닐로 덮는 휴립피복기 10대와 땅콩수확기 10대, 탈곡기 9대, 트랙터 3대 등을 구입했다. 지원사업을 통해 구입한 농기계는 농가가 필요할 때마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대성농협에서 대여해서 사용한다.
대성농협은 농가가 생산된 땅콩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설비도 확충했다. 딱딱한 겉껍질째의 피(껍질)땅콩을 세척하고 선별하는 시설과 정월대보름에 판매하는 부럼용 땅콩과 겉껍질을 제거한 알땅콩을 볶기 위한 시설은 물론 샐러드용으로 땅콩을 분쇄한 분태(조간)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땅콩 생산과 선별, 제품화 과정 등에 대한 설비가 확충되면서 농가들의 노동강도가 크게 줄었다. 정 소장은 "그동안은 두둑에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할 때 5명이 500평(약 1653㎡)을 작업하는데 8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피복하는 농기계인 휴립피복기를 이용하면 3명이 4시간이면 1000평의 두둑 피복 작업을 마칠 수 있다"며 "탈곡도 5명이 400평을 작업하면 8시간이 걸리지만 탈곡기를 이용하면 3명이 800평 탈곡을 4시간이면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에 대성농협의 땅콩 공동경영체 참여 농가 수와 농가의 땅콩 출하액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 공동경영체 조직화 초기인 2020년 공동경영체에 참여하는 농가는 170곳에 불과했지만, 현재 230곳으로 늘었다. 공동경영체 참여 농가의 땅콩 출하액은 같은 기간 4억9000만원에서 11억원가량으로 증가했다. 땅콩 생산 노동력 등 투입비용이 줄고 수익은 많이 늘어난 것이다. 대성농협은 2027년까지 공동경영체 참여 농가를 300곳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공동기획 : 농식품부-aT-아시아경제>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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