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올해 한국 경제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될 만큼 어려운 일이 많았다. 연중 내내 내수부진이 지속된 것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우려로 경기하방 위험도 커졌다. 연말 계엄사태까지 겹치면서 증시가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는 등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첫날 2669.81로 출발해 2399.49로 마지막 거래를 마감했다. 전년말 대비로 21.7%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1300원 수준에서 1472원까지 13.2% 급등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자유변동환율제 채택 이후 세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초만 해도 우리 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나쁘지 않았다. 1분기 경제성장률(전기대비)은 시장의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1.3%를 기록하며 경기회복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1분기까지만 해도 수출과 내수가 약하게나마 동반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물가 역시 2%대로 내려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작년보다 확연히 줄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상반기에는 상승세를 이어갔고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 초중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분위기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기대치를 하회하는 0.1%에 그치며 경기부진 우려가 급속도로 번졌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이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급격히 올라갔다.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우려도 크게 부각됐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고 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은 경기우려를 극대화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정국으로 코스피는 2400이 깨졌고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때나 겪었던 1500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제주항공 참사까지 터지면서 전국민을 우울하게 했다. 연말 특수를 앞두고 소비심리는 역대 최악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88.4%가 계엄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한 희망은 없을까. 일단 국내 정치 안정이 가장 중요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책 마련은 필수다.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가 경제를 도와줘야 하는데 악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빨리 정치가 안정돼야 하며, 트럼프 통상 정책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통합과 협력의 정신 역시 중요하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한국이 수많은 역경을 극복해낸 저력이 있는 나라이며 모든 경제 주체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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