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김수현]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장남 김동윤 한국투자증권 대리가 지난 2년간 지주사의 지분을 크게 늘리면서, 향후 경영 승계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주가 부양 요소인 ‘밸류업 공시’ 압박이 승계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김 대리는 한국금융지주 지분 0.60%인 33만6739주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과 4월 중 18차례 한국금융지주의 주식 28만4000주를 장내 매입했다. 각 거래일 종가 기준으로 매입 금액을 산정할 경우, 총 151억5410만 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앞서 2023년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5만2739주를 매입했는데 총 매입가는 26억3029만 원이었다.

이 기간 동안 김 대리는 지분 매입을 위해 약 178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자금은 개인 차원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 대리는 1993년 생으로, 영국 워릭대를 졸업하고 2019년 한국투자증권 사원으로 입사해 현재 미국 법인에서 근무 중이다.

통상 기업 2·3세 후계자에게서 보이던 ‘초고속 승진’ 없이 6년차 대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가풍인 '현장경영' 원칙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 역시 한국금융지주 전신인 한신증권 명동지점 대리로 입사해 채권부‧종합기획실‧뉴욕사무소‧IT본부‧전략기획실‧자산운용 본부 등 다양한 업무 경험 쌓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김 대리가 지난 2023년과 2024년 사이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주식 매입이 연초에 몰렸던 것을 감안할 경우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또 한국금융지주가 ‘밸류업(value up) 공시’를 발표하지 않은 만큼 이에 따른 주가 상승 이전에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밸류업 공시는 저평가된 국내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각 상장사들이 주주환원, 배당, 지배구조 개선 방침 등을 공개해 주주가치 재고와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지난해 코스피 종합지수는 9.6% 하락했고 코스닥은 무려 21.7% 내려갔지만, 밸류업 공시 기업의 주가는 3.2% 상승하며 전반적인 하락장에서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한국금융지주는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밸류업 지수에는 편입됐지만, 밸류업 공시는 아직 하지 않은 상태다.

밸류업 지수에 속한 종목은 총 105개로, 금융·부동산 산업군에 속한 기업은 12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7개 기업이 밸류업 공시를 완료한 상태다. 금융사의 경우 기업 가치 저평가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밸류업 공시에 대한 요구가 높은 편이다.

또 지난해 5월 이후 102개 기업이 밸류업 공시를 시행했는데, 4분기에만 80개 기업이 공시를 실시하는 등 ‘밸류업 물결’이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금융투자 역시 대세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 주식 시장 부양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의제인 만큼, 한국금융지주를 향한 다양한 형태의 압박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김동윤 대리가 매입한 주식은 소량에 불과해, 본격적인 승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밸류업 공시는 아직 구체적 확정된 게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는 시장 논리에 움직이는 것이지 특정 요인이 통제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승계와 밸류업 공시 부분은 전혀 연관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