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이서형씨(50)는 최근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자녀의 졸업식에 들고 갈 꽃다발을 사려다 가격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생화 10~12송이로 구성된 꽃다발 가격이 7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5만원 정도 가격대를 생각했는데, 꽃 가격이 올라 주저하게 되더라, 사진 남기기 위해 잠깐 쓰는 건데 너무 비싸다"며 "졸업식인데 안 살 수는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샀다"고 토로했다.
본격적인 졸업식 시즌을 맞아 비싸진 생화 가격에 축하 꽃다발과 선물을 준비하는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생화 가격이 많게는 지난달보다 2배 이상 오른 데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입학·졸업 선물의 가격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꽃다발 구성에 인기가 높은 장미, 프리지아, 거베라의 가격은 지난달보다 크게 올랐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절화(판매를 목적으로 뿌리를 자른 꽃) 장미 1단의 경매가격은 1만5843원으로 한달 전 가격 1만2640원보다 25.3% 상승했다. 꽃다발용으로 많이 쓰이는 프리지아 가격도 지난달 3178원에서 이달 4666원으로 46.8% 올랐다. 거베라는 2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거베라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5038원이었지만 한 달 만에 1만1340원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생화 가격이 오른 건 꽃다발 수요가 졸업 시즌을 맞아 급증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3 화훼재배현황'을 보면 2023년 장미의 연평균 가격(한 속)은 8532원이다. 졸업 등 이벤트가 몰려있는 달에는 장미 가격이 급등하는데, 1~2월, 12월의 장미가격은 각각 1만629원, 1만3982원, 1만2727원으로 연평균 가격보다 높았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도 꽃 가격 상승의 이유다. 농가에서는 꽃 재배를 위해 난방열원으로 전기류, 유류 중에선 경유와 등유를 많이 쓰는데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꽃 재배 비용이 높아졌다. 특히 화웨농가에서 많이 쓰는 농업용 면세 등유 가격은 2022년 2월 이후 리터(ℓ)당 1000원대 밑에서 거래된 적이 없다.
생화 꽃다발 가격이 오르다 보니 대체재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특수보존용액으로 처리해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통상 생화보다 비싸지만, 최근엔 생화 가격이 오르며 가격이 비슷해졌다. 게다가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3년 이상 보존돼, 금방 시드는 생화보다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높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졸업식이 끝난 후 활용했던 꽃을 중고로 되파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선 "사진만 찍었다"는 문구를 달고 졸업식 꽃다발을 2~3만원대로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입학·졸업 기념 선물도 학부모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10대들 사이에서 입학·졸업 선물로 수십~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IT 기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 A17 프로(128GB, 와이파이)는 74만9000원, 삼성 갤럭시의 탭 S10 Ultra(와이파이)는 삼성 홈페이지 혜택가 기준 134만1000원이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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