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은 지난해 해외건설 시장에서 누적 수주 1조달러를 달성했다. 1965년 태국 고속도로 건설사업으로 해외에 첫발을 내디딘 지 약 60년 만에 이룬 쾌거로, 국내 기술력과 기업의 경쟁력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해외 시장 진출 초기 한국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중동 지역의 단순 인프라 건설에 주력했다. 지금은 고도화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건설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 사업 수행은 한국 경제 성장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 상승에도 큰 역할을 한다. 사업이 시행되는 국가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건설·관리하면서 현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이 그 혜택을 누리면서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오늘날 해외건설 시장은 세계 경제가 다변화되고 기술 발전이 가속하면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저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화에 따른 인프라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업 방식 측면에서는 사업비 조달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투자개발형(PPP) 사업 모델이 대세다. 단순 건설을 넘어 재원을 조달하고 건설 이후 운영·유지관리(O&M)까지 포함하는 방식이다. 한국 기업의 역량과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필자가 속한 한국도로공사는 이런 발주 트렌드 변화에 맞춰 사업 전략을 다시 구성하고 있다. 2022년에는 파드마대교와 N8 고속도로 O&M 사업을 단독 수주했다. 2023년 개통된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에는 PPP와 O&M 방식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도로공사를 포함한 K-컨소시엄이 튀르키예의 나카스~바삭세히르 도로 투자 사업을 수주했다. 총사업비는 약 2조1000억원 규모로 도로공사가 참여한 해외투자 사업 중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 사업은 글로벌 금융 전문 매체인 런던 PFI(Project Finance International)가 주관하는 ‘2024 PFI 어워드’에서 인프라 부문 최우수상인 ‘올해의 글로벌 인프라 계약(Global Infra Deal of the Year)’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건설 누적 수주 1조달러 달성은 우리나라 건설 능력을 세계에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 중요한 것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차별화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가격 경쟁을 넘어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스마트 건설, 디지털 트윈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금융 지원과 위험관리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해외건설 사업에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수익이 창출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 국가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관리는 필수다. 이를 위해 공적자금 등 정부의 지원과 정부 간 협력(G2G) 확대가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력 양성과 국제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과 협상력 강화를 위한 해외 주요 발주처 간 전략적 네트워크를 지속해야 한다.
이들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다면, 한국은 미래 해외건설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1조달러의 성과를 넘어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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