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고환율, 내수 침체, 정국 불안.
유통업계가 지난해 마주한 경영 환경은 역대급 내수 침체였다. 물가가 치솟고 경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굳게 닫았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의 상승으로 제조사는 물론 판매 채널도 이중고를 겪었다. 불확실성은 해를 넘겨 지속되고 있다.
유통기업들은 바뀐 소비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활로를 찾아 나섰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패션·뷰티 등 오프라인 채널은 소비자의 쇼핑 경험을 다양화하고, 체류 시간을 늘려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접점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신선식품과 초저가 기획전 등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화 상품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백화점과 쇼핑몰, 쇼핑몰과 마트를 결합한 '융합' 공간을 선보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팝업스토어 등을 활용해 'O4O(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전략을 강화하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외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가치 소비 문화에 발맞춰 중소 제조사와 협업을 강화한 사례도 크게 늘었다. 대표적으로 연 매출 4조원 수준의 유통 강자로 떠오른 CJ올리브영은 전체 브랜드의 80% 이상을 국내 중소업체로 채웠다.
온라인 플랫폼은 합리적 가격과 배송 편의성, 파격적인 할인 혜택 등을 무기로 외연을 키우고 있다. 상품 주문에서 도착까지 하루 내지 당일 안에 이뤄질 수 있도록 유통망 혁신을 추진한 데 이어 거주지나 활동 반경 인근에서 1시간 이내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퀵커머스'(Quick commerce·즉시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만회하기 위한 식음료 제조사의 해외 진출도 궤도에 올랐다. 간편식은 물론 간식과 디저트, 주류 등 다양한 품목이 북미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주력 상품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이미 일부 기업은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시장의 두 배에 육박한 지 오래다.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처럼 동남아를 중심으로 현지 시장에 복합쇼핑몰을 안착시킨 사례도 나왔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2025 아시아소비자대상'에서는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꾼 유통기업들의 활약상을 두루 살펴봤다. 판매 실적이나 거래 성과 등 결과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통해 혁신을 게을리하지 않고, 고객 만족을 위해 쏟아부은 정성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구매를 유도하려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마케팅 격언처럼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원하는 바를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해 공감을 얻은 기업들의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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