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하도급업체 입장에서는 자금이 가장 필요한 시점인데 명절 전에 기성금을 풀어줌으로써 노무비나 자잿값을 원활하게 지급할 수 있어 숨통이 트였습니다."
중흥그룹의 협력업체 A사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자금난이 심화하는데 조기 집행이 운영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성금이란 건설업계에서 쓰이는 용어로, 전체 공사 중 공정이 완료된 부분만큼 계산해서 받는 돈이다. 중흥그룹은 설 연휴 이전인 21일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협력사들에 1000억원 규모의 공사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조기 지급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추석 명절에도 1300억원 규모의 공사대금을 조기 지급한 적이 있다.
건설업계가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상생'에 앞장서고 있다. 명절 전에 협력사를 대상으로 거래대금을 조기에 지급하면서 자금난 해소에 기여한 것이다. 중흥그룹뿐만 아니라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동부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다른 굵직한 업체들도 '조기 지급' 대열에 동참했다. 명절에 협력사들이 급여 및 상여금 등 일시적으로 다양한 곳에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지급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덕분에 협력업체 직원들도 어느 해보다도 따뜻한 설날을 맞이하게 됐다.
DL이앤씨는 협력사 결제대금 2851억원을, 포스코이앤씨는 거래대금 420억원을 각각 조기 지급했다. 포스코이앤씨와 거래하는 633개 중소기업이 대상이었다. 전액 현금이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2010년부터 업계에선 처음으로 중소기업 거래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거래대금 800억원을, HDC현대산업개발은 결제 대금 65억원을 각각 설 연휴 이전에 조기 지급했다. 코오롱글로벌도 1900억원 규모의 거래대금을 당초 일정보다 일찍 지급하기로 했다.
거래대금 조기 지급은 명절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매년 발생하는 일이다. 그러나 올해 더욱 주목할 만한 이유가 있다. 미분양 증가와 공사비 상승,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라는 삼중고 속에 협력업체들에 돈을 줘야 하는 시공사도 유동성 확보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시공능력평가 58위 신동아건설의 경우 못 받은 공사비가 2023년 2146억원에 달했고, 결국 최근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불황 속에 공사비 미수금도 갈수록 높아지는 와중에 협력업체에 대한 따뜻한 손길을 이어간 셈이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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