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BNK금융지주 산하 은행장들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방성빈 부산은행장은 부산시금고 유지와 케이뱅크 협업 등 임기 만료 직전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부진한 실적이 아쉽다는 평이다. 예경탁 경남은행장은 실적은 좋으나 대규모 횡령사고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이 아닌 지주에서 행장 후보를 추천하는 체계인 만큼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첫 회의를 열고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자회사 CEO 후보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방 행장은 부산시 시금고같은 ‘집토끼’를 잡아두고 인터넷은행과의 협업을 이끌어내는 등 신사업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9월 부산시 금고지정심의위원회는 주금고에 부산은행, 제2금고에 KB국민은행을 선정했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도전장을 내밀며 쉽지 않은 경쟁이 예상됐으나 이를 이겨낸 것이다. 그의 지역 밀착 행보가 재선정에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산은행은 올해 금융위원회가 선정한 ‘금융사 지역 재투자 평가’에서 부산 지역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케이뱅크와의 공동대출 상품 출시도 이끌어냈다. 부산은행과 케이뱅크는 지난 23일 전략적 마케팅 제휴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JB금융지주 산하 은행(전북·광주)이 각각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공동대출 상품을 출시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방 행장은 이번 협업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의 전략적 협력을 바탕으로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공동 마케팅을 지속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산은행의 부진한 실적이 아쉽다.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부산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3847억원으로 전년(3930억원) 대비 2.1% 감소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곤 하지만 다른 은행도 같은 여건에 있는 만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 행장의 경우 취임 이후 실적이 좋다. 그의 취임 첫해인 2023년 역대 최대 순이익(2571억원)을 경신했던 경남은행은 지난해 3분기에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당시 누적 당기순이익은 2908억원으로, 전년(2392억원) 대비 21.6% 증가했다.

다만 그는 대규모 횡령사고로 내부통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2023년 횡령금액 2988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PF 대출 횡령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발생 기간은 2008년부터 2022년까지로 예 행장 임기와 관련이 없지만 이후 경남은행의 늦은 사과 통지 등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으로 경남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동산PF 대출 신규 업무에 대한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로 인한 내홍도 겪었다. 사고 수습을 위해 은행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노조가 이에 반발했다. 지난해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하지 않는 등 내부통제 방지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도 아쉽다.

이들의 연임 여부는 빈 회장의 의중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0월 BNK금융은 자추위를 신설하며 그룹 회장의 권한이 커졌다. 구체적으로 그간 계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자사 CEO 후보자를 선출하고 심사하고 이사회에 추천하는 역할을 모두 행했다. 하지만 자추위 신설 후 그룹 자추위가 계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자회사 CEO 후보를 단수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현재 자추위원은 총 4명으로 사내이사인 빈 회장과 사외이사 3명이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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