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글로벌 큰손'이 한국의 임대주택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이어 세계적 규모의 연기금까지 이 시장에 합류했다. 월세 우상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가 국내 부동산 임팩트 디벨로퍼 엠지알브이와 손잡고 임대주택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약 5000억원 규모다. JV 지분의 5%는 엠지알브이가, 95%는 CPPI가 보유한다. CPPI로서는 4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금액 기준으로 역대 외국 기관투자자의 임대주택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CPPI는 운용자산(AUM) 6751억캐나다달러(약 685조원)을 굴리는 세계 6위 규모의 연기금이다. CPPI가 한국 주거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PPI는 그간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주로 오피스에 집중해왔으며, 최근 퍼시픽자산운용과 1조원 규모의 JV를 설립하면서 데이터센터(IDC)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제 최근 외국계 기관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임대주택 시장까지 손을 뻗쳤다. CPPI와 협력하는 엠지알브이는 '공유 주거' 중심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공유 주거는 침실·화장실 등의 개인공간을 보장하면서 거실과 주방 등을 공유하는 일종의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양사가 설립한 JV는 우선 시드 프로젝트로 최대 1330억원을 투입해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와 대학교 인근의 임대 주택을 개발할 계획이다.
글로벌 자본은 한국의 임대주택 시장을 새로운 투자처로 보고 있다. 앞서 글로벌 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ICG,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부동산 개발업체 하인스 등이 시장에 진입했다. KKR은 영등포와 동대문에, ICG는 강남·중구에 '알짜 부지'를 확보했다. 모건스탠리는 금천과 성북, 강동 등에 소규모 고급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ICG의 경우 기존에 가장 큰 규모였던 3000억원대의 투자를 집행했다.
외국 기관의 한국 부동산 투자 대상은 그간 대형 오피스에 한정됐다. 그러나 "한국의 임대주택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수년간 벌어진 일련의 '전세 사기'와 1인 가구의 증가, 고금리 장기화로 한국의 주거 시장이 월세 위주로 변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 주택 전·월세 거래량을 보면 지난해 월세가 33만2910건, 전세가 25만6799건이었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만 하더라도 전세가 37만5351건으로 월세(33만7361건)보다 많았다. 2023년 월세 거래량이 처음 전세를 추월한 이후 격차가 더 벌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민간임대 주택규모는 2020년 650만가구에서 2024년 677만가구로 증가했다. 우상향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월세 상승 여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다는 점도 국내 임대주택 시장의 매력으로 꼽힌다. 외국에선 찾기 힘든 전세 제도 덕분에 막혔던 월세의 '상방'이 뚫리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2022년 기준 국가 간 삶의 질을 비교한 OECD 자료에서 한국은 임차 가구의 '소득 대비 주거비' 항목에서 조사 대상 42개 국가 중 가장 낮은 14.7%를 기록했다. 이제 월세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월세 부담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종합 월세가격지수(2021년 6월=100, 준월세·준전세 제외)는 105.28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https://cdn.trend.rankify.best/dctrend/front/images/ico_nocomment.svg)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