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정재혁] 아동발달센터를 운영하는 의료기관 상당수가 의사 면허를 빌려 불법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자녀의 '발달지연'을 걱정하는 부모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 의료계의 자정 노력과 더불어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아동발달센터 관련 불법개설 의심기관 우선기획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5개 기관 중 4곳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불법개설 기관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손해보험협회에 제보된 25개 아동발달센터 운영 의료기관 중 사전분석을 통해 5개 기관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작년 말 2주간의 현장 조사를 벌여 4개 기관을 불법개설 기관으로 적발했다.
복지부는 이 4개 기관을 2월 중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손보협회와 협업을 통해 연중 기획조사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발달장애의 일종인 발달지연은 해당 나이에 이뤄져야 할 발달이 성취되지 않은 상태로, 관련 검사에서 해당 연령의 정상 기대치보다 대략 25%가량 뒤쳐져 있는 경우를 말한다.
전반적 발달지연은 △대운동 △미세운동 △언어 △사회심리(사회성) 중 두 가지 이상이 지연된 경우로 정의한다. 적발된 사무장병원들은 주로 언어와 사회성 발달지연 증상을 겨냥해 보험금을 타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아이들이 사람들과의 대면 접촉은 줄고 마스크 착용은 늘어났는데, 이후 언어‧사회성 관련 발달지연이 의심되는 사례가 폭증했다.
사무장병원들은 이러한 진료 수요 증가에 편승해 부설 아동발달센터를 만들어 부모들을 유인했다. 발달지연 진료비가 통상 실손보험에서 보장된다는 점을 '맘카페' 등에 적극 홍보함으로써 부모들이 비용 부담 없이 센터를 찾게끔 유도했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작년 8월 말 사이 아동 발달지연으로 건보 급여를 청구한 311개 의료기관 중 212개(68%)가 사무장병원 의심 기관으로 집계됐다.
불필요한 치료 행위가 늘어남에 따라 발달지연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급증했다. 2023년 한 해 5개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가 지급한 보험금은 1521억 2000만원으로 전년(1187억 9000만원) 대비 28% 증가했다. 2020년(382억 700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4배 가까이 늘었다.
보험업계 내에선 향후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장병원과 부설 아동발달센터의 난립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발달지연 치료 관련 자격증을 민간이 아닌 국가에서 발급‧관리하는 것도 해결 방안으로 손꼽힌다.
이와 관련,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발달지연 치료 관련 자격증을 국가자격증으로 전환하고 취득을 어렵게 하면 자격증 소지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무분별한 아동발달센터의 난립을 일정 부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