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그동안 거래가 안 됐던 매물들이 지난주 한꺼번에 빠졌어요. 하루에 두세명씩 갭투자 문의도 오고요.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인지, 집주인들도 5000만원씩 호가를 높이고 있습니다.(잠실동 A 공인중개업소)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각 중개업소에는 상담받으러 온 1~2명의 손님이 앉아있었다. 지난달 14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해제한다는 발표가 불씨가 됐다. 이른바 ‘잠·삼·대·청’으로 불리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일대가 토허제 해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잠잠했던 잠실동의 엘·리·트(엘스, 리센츠, 트리지움)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전화통이 간만에 뜨거워졌다. 잠실동의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매가는 오르고 매물은 줄고 있으며 손님은 늘었다"고 밝혔다. 인근 C 공인중개업소 대표 또한 "오세훈 시장이 토허제 해제 검토에 나선다고 밝힌 뒤부터 시장 상황이 확실히 좋아졌다"며 "이번 설 이후로 잠실동이 토허제 해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재건축 단지들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는 토허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에 영향을 받는 듯 했다. 잠실 주공 5단지 인근의 D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잠실 주공 5단지는 토허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소식에 조용해졌다"고 밝혔다. 다만 "토허제가 풀려 엘·리·트의 집값이 오르면 이를 팔아, 잠실 주공 5단지로 갈아타려는 집주인들의 상담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인근의 E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토허제 해제 검토 소식 이후로 하루에 1~2명의 고객이 갭 투자 문의를 한다"면서도 "현재 워낙 매물이 부족한데다 토허제가 유지될 수 있기에 다들 유심히 다음 브리핑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중개업자들 사이에서는 토허제 규제 해제 시 억눌렸던 투자 수요가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간 잠실과 삼성, 대치, 청담동은 토허제 지정으로 직접 거주하거나, 운영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어 갭투자가 불가능했다.
이를 기대한 듯 잠실동 엘스와 리센츠 아파트의 경우 기존 실거래가보다 호가를 5000만원 넘게 높여 부르는 매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잠실 엘스 아파트 전용면적 59㎡ 매물(중층)은 지난해 12월 실거래가 21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중층 동일면적 기준 23억~23억50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리센츠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30일 전용면적 84㎡의 고층 매물이 26억1500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27억5000만원에서 최대 29억원대까지 매물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토허제 해제에 따른 기대감과 이에 따른 집주인들의 매물 철회로 일시적인 가격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실수요자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단지와 입지별로 양극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학군지에서 실거주하기에 무리가 없고 토허제 여파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곳들이 희소성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며 "강남권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았던 일부 입지 좋은 지역은 호가 위주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양지영 수석은 "단기적으로 토허제 해제 기대감이 가격 오름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사업 진행 속도 별로 가격 차이가 있어, 입지와 단지별로 영향력의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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