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국내 은행들이 대출을 통한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가운데 경제구조 변화로 대출 영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어 사업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총이익 중 이자 이익 비중은 작년 3분기 기준 88.6%에 달했으며 이 중 대부분이 대출 이익이었다.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 비중은 2022년 94%로 정점을 찍고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은행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 모델이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 대비 대출 비중도 2002년에 처음 50%를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작년 3분기 61.5%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국내 경제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대출 이자 위주로 수익을 내는 국내 은행의 영업 모델이 곧 한계에 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은행 대출의 근간이 되는 한국의 실물경제가 1% 저성장이 예상되면서 대출 위주 수익 전략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 9.4%에 달했지만 지속해서 낮아져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평균 2.0% 수준까지 내려왔다. 구조개혁 등 생산성 향상이 없으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에는 0.6~0.7%까지 하락해 은행의 대출 사업에는 좋지 않은 경제 여건이 예상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역시 은행의 가계 대출 위주의 수익전략의 한계로 작용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180만명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2041년에는 500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인구가 감소하면 기본적으로 대출수요는 줄어들게 된다.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0년에 15%를 넘어섰으며 2036년에는 30%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데, 고령화가 진전되면 미래 소득을 당겨 쓰는 대출 수요 역시 줄어든다.
금리 하락 역시 은행의 대출 사업에는 부정적이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 시장금리는 계속 낮아지고, 이에 따라 대출의 수익성인 순이자 마진도 낮아질 것으로 보여 은행 사업에서 대출의 매력도는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데다 자본 시장이 점차 발전해 가는 상황에서 기업 대출 수요도 많이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은행의 대출 장사에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은행들이 향후 대출 위주 수익 창출 전략의 지속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될 것임을 인식하고 비이자수익 증대, 신탁·자산운용 등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비즈니스 확대, 성장률이 높고 젊은 국가로의 진출 확대 등 근본적인 전략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이자수익 증대는 단순히 경기 변동성이 높은 이자수익 비중을 줄여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려는 차원을 넘어, 향후 대출 수요 감소 등에 따른 이자수익 축소에 대비한 전략 변화 차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수료 수입 제고, 벤처투자 활성화, 중소기업에 대한 회계·경영 자문·컨설팅 확대 등 비이자 수익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신탁·자산운용 비즈니스 확대도 비이자수익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금융당국에 의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평균 연령이 낮으며 성장률이 높은 국가 위주로 해외 진출을 늘리는 것은 새로운 은행 수익원 창출이라는 차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전략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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