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여파가 글로벌 자본시장을 덮쳤다. 달러 수요가 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70원선을 다시 넘어섰고 지난해 부진을 딛고 지난달 반등에 성공했던 국내 증시는 외국인 자본 이탈과 함께 3%가량 급락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에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도 곧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7.2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1일 종가 대비 13.7원 올랐다. 개장과 동시에 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70원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2거래일 동안 30원 이상 급등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금융시장도 달러 등 안전자산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EU가 미국산 자동차, 농산물을 충분히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시간표가 있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관세 부과가) 곧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캐나다·멕시코 등 핵심 경제동맹국에 25%의 보편 관세, 중국에 10%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한 데 이어 ‘관세 위협’을 글로벌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관세 부과에 앞서 3일 오전 캐나다·멕시코 정상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것을 기대하진 않는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고, 그들이 (관세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주식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52% 하락한 2453.95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6일 이후 약 보름 만에 2500선을 내줬다. 코스닥은 3.36% 하락한 703.80으로 장을 마감했다. 멕시코에서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기아는 5.78% 하락했고 캐나다에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인 포스코퓨처엠은 무려 9.66% 급락했다. 딥시크 쇼크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도 각각 4.17%와 2.67% 떨어지며 지수 하락에 일조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를 습격한 ‘딥시크’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 전쟁 여파까지 덮치면서 국내 수출기업 전망을 악화시켰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이어 EU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아시아 증시 전체에 외인 자본이탈 현상이 뚜렷하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1일 코스피에서 1조 1679억원을 순매도한 외국인들은 이날도 8692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일본과 대만의 증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닛케이225는 전 거래일 대비 2.66% 하락한 3만 8520.09로 거래를 마쳤고 대만 자취안지수도 3.53% 내린 2만 2694.71로 거래를 마쳤다.
또 다른 위험자산인 가상자산(암호화폐)도 미국발 관세 전쟁의 유탄을 피하지 못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오전 11시쯤 9만 2585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고점(10만 2236달러)과 비교하면 하루 사이 9.4% 폭락한 것이다. 이외의 암호화폐 가격도 흘러내렸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가격은 같은 시간 전날 고점(3265달러)에 비해 28.7% 하락한 2327달러를 나타냈다.
시장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한국을 직접 겨냥할 경우 충격이 더 클 것이란 우려와 지금의 충격은 과도하다는 관측이 함께 나온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세는 트럼프의 도구이자 협상 전략일 뿐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이제 시장은 실물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반면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3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이라며 “미국 내에서도 (관세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고 법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일부 관세 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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