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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수첩]은행과 삼성전자의 차이
    입력 2025.02.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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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노키아, 샤프, 대우.

이 셋의 공통점은? 한때 정상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기억 속에서 사라진 기업이다. 혁신은 뒤로한 채 안주하다 도태된 것이다.

국내 금융사들을 보며 이들 기업을 떠올린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KB국민은행 노사는 성과급 규모를 월 급여 300%+600만원의 임단협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중 5대 은행 중 최고 수준이다. 당초 발표한 250%+200만원과 비교해서도 크게 늘었다. 앞서 KB국민은행 노조는 '300% 성과급에 1000만원의 현금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맞선 바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회사가 '역대급 이익'을 냈으니 직원들에게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건 맞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7210억원으로 전년 동기(2114억원)보다 241.1%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를 과연 은행 임직원들의 '경영성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지난해 은행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역시나 '이자 장사'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로 금리 인하기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결국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어지면서 은행은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신규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2월 평균 1.46%포인트로, 8월(0.94%) 이후 넉 달 연속 확대됐다.

시중은행들은 이렇게 손쉽게 이익을 내면서 혁신은 뒷전이다. 1인당 생산성으로만 따져봐도 그렇다. 시중 5대 은행의 직원 1인당 이익은 평균 2억5500만원인 반면 인터넷 은행 3사의 직원 1인당 이익은 평균 5억6200만원을 기록했다. 인뱅 3사의 생산성이 무려 120% 더 높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연연하며 혁신을 도외시해온 은행원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앞서 기업은행 노조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는데, 파업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 은행의 등장,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된 요즘 은행원이 없다고 금융거래가 중단될 거란 생각은 지나친 오만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 영업점을 통한 거래 비중은 2005년 1분기 26.9%에서 2024년 1분기 4.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이익을 내면 칭찬하지만, 은행이 이익을 내면 비판한다. 그 차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금융위원장이 지적한 '그 차이'. 모든 국민이 아는데, 은행만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애써 모른척 하는걸까.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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