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고금리에 차주들이 카드대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 3년간 국내 카드사 연체율이 2배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전업 카드사 평균치는 위험 수준인 2%에 육박하고 있으며 비씨카드는 지난 3분기에 2%를 초과했다. 카드사들은 신용대출 등 대출 채권을 줄이거나 건전성 조직 인력을 늘리는 등 리스크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연체율을 1%대 미만으로 낮추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서 전업 카드사 8곳(우리·KB국민·롯데·비씨·삼성·신한·하나·현대카드)의 2021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3개 분기 연체율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3분기 연체율 평균은 1.41%다. 3년 전(2021년 3분기) 0.83%보다 2배가량 올랐다. 특히 지난해 1~3분기 연체율 평균은 3개 분기 연속 1.4%대를 기록했다. 2021년 3분기부터 2022년 4분기까지 0.7~0.9%대를 유지하다 2023년 1%를 돌파한 뒤 2%에 가까워지고 있다. 여기서 연체율은 카드사 전체 채권 중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을 의미한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통상 1개월 이상 연체 채권 비율 2%를 넘으면 카드사 건전성이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간주한다. 카드사는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차주들의 자산 보유량과 신인도가 저조할수록 연체 채권이 늘고 해당 비용을 카드사가 떠안을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에서는 연체율이 치솟는 이유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따른 차주의 상환 능력 약화를 꼽았다. 카드사가 단기간에 신용점수 900점 이상 우량 고객 영업을 하지 않는 이상 차주가 연체를 내도 관리를 하기가 힘들다. 일반적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정책금리를 올린 지 6개월가량 지나면 카드사 연체율에 영향이 오르기 시작한다. 실제 8개사 연체율이 1%를 돌파하며 급등하기 시작한 2023년 1분기의 6개월 전인 2022년 3분기 말(9월 말) 한국은행은 4회 연속 금리를 올린 바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4.7%를 웃돌았고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6.24%로 치솟았다. 카드사들은 이때부터 애플페이 도입 등을 통한 매출 증대, 수익성 제고 전략보다는 연체율을 비롯한 건전성 지표를 지키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점은 13개 분기 동안 업체별 연체율 양극화가 매우 컸다는 사실이다. 영업 환경이 나빠진 것은 마찬가지지만 연체율 0%대를 유지한 카드사가 있는 반면 3년간 8배 급등한 회사도 있었다.
현대카드는 3년간 연체율 0%대를 유지했고 최저점과 최고점 간 격차가 0.33%포인트(0.62~0.95%)에 불과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신용대출 채권을 줄이는 데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부터 리스크 관리 조직을 꾸준히 강화해왔으며 관리 수준이 업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카드가 2005년 제너럴일랙트릭(GE)캐피탈과 조인트벤처(JV)를 맺으면서 차주 채권 연체율을 관리하는 노하우를 전수받은 이후 업계 최고 수준의 건전성 관리 능력을 유지해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당사는 오래전부터 업계 최저 수준의 연체율을 유지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왔다"며 "특히 관련 조직을 늘리고 인력을 보강하는 등 주요 건전성 지표를 지속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씨카드 연체율은 2021년 3분기 0.22%에서 지난해 3분기 2.04%로 8배 이상 올랐다. 비씨카드의 경우 2021년 '케이뱅크 심플카드'를 출시하며 카드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만큼 업력이 짧아 다른 카드사보다 고금리·경기침체에 따른 연체율 급등락 폭이 컸다. 상대적으로 우량 고객 유치 실적도 저조해 연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BC카드 관계자는 “신용대출 등 신규 심사 시 더 엄격하게 진행 중"이라며 "다만 대출채권 리밸런싱 과정 중에 일시적으로 연체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연체율 관리를 위한 지속적인 개선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