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상기후로 세계 원두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인류가 커피를 거래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비싼 기록을 매일 갈아치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공급 차질까지 우려되자 기업들은 1000만달러를 이상기후 대응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의 커피 가격 인상을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아라비카 커피 선물은 미국 뉴욕 시장에서 장중 파운드당 4.0895달러 거래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라비카 커피는 지난 5일 시장에서 4% 넘게 치솟으면서 인류가 커피를 거래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 4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나스닥 보고서 기준으로 12거래일 연속 가격이 치솟으면서 하루 만에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로 인스턴트나 저가 커피에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같은 날 런던거래소에서 로부스타 선물가격이 t당 568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5644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일주일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장중에는 5707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1년 전 3096달러보다 82.2% 올랐고, 2년 전 2040달러와 비교하면 176.6% 비싸졌다.
커피 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은 이상기후로 인한 공급부족이다. 아라비카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브라질은 지난해 7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주요 산지인 세하두미네이루 지역은 40도 이상의 폭염에 시달린 탓에 생산이 30%가량 급감했다. 지난해 8월 급작스레 생긴 서리도 생산량을 10~20%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로부스타 원두를 수출하는 베트남도 이상기후에 직면했다. 지난해 3~5월 베트남 커피 생산지인 중부고원 지대는 1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다. 가뭄이 끝나자 최근 10년간 가장 강력한 태풍 '야기'가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는 하루 500㎜라는 비정상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베트남 상품거래소는 이 같은 이상기후로 커피 생산량이 약 10~16%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원두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 커피 가격도 오르고 있다. 폴바셋은 지난달 23일 주요 제품 가격을 200~400원 인상했다. 스타벅스코리아와 할리스도 24일부터 제품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컴포즈커피는 이달 3일 아이스아메리카노 가격을 1500원에서 300원 올렸다.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B) 커피 제품도 소폭 오른 상태다.
국제사회는 커피 가격 안정을 위해 대응에 나섰다. 비영리연구개발농업단체 '월드커피리서치(WCR)'는 지난달 말 커피 육종과 종자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에 1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를 포함한 190개 이상 회원사로부터 기부받은 돈을 차세대 커피 품종 개발에 쏟아붓겠다는 의미다. 2030년까지 다양한 원산지와 극한기후에도 견디는 품종 100개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그럼에도 당분간 커피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브라질커피산업협회(ABIC)는 올 4~5월쯤에 새로운 원두를 수확하기까지 계속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두 가격은 통상 5~6개월의 시차를 두고 커피 가격에 반영된다. 현재 부족한 원두 공급으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만큼, 커피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커피 가격 분석을 담당하는 페르난다 오카다는 영국 BBC에 "커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지만 생산자가 보유한 (원두) 재고는 낮은 수준"이라면서 "커피 가격의 상승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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