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서울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법원 경매 시장에 거래 한파에도, 강남 3구 등 알짜 물건의 낙찰가율은 지속적으로 치솟고 있다. 경매 시장에도 핵심 지역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짙어진 결과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 양극화 현상이 경매 시장의 낙찰가율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10일 경매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내 자치구 중 강남권의 아파트 경매 물건의 매각가율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 중에서 매각가율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곳은 강동구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90.4%에서 올해 1월 109.7%로 19.3%포인트 올랐다. 서초구는 81.6%에서 93.2%로 11.56%포인트, 강남구도 95.8%에서 103%로 7.2%포인트 상승하며 그 뒤를 이었다.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등은 지난달 서울 평균 매각가율인 94.3%를 밑돌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노원구(87.7%), 도봉구(78.8%), 강북구(87.5%)를 기록했다.
매각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다. 이는 집값의 선행 지표로 쓰인다. 집값 상승이 예상될 경우 여러 입찰자가 경쟁해 낙찰가격이 오르고 매각가율도 뛴다.
지난달 최고 낙찰가 역시 강남구에서 나왔다. 강남구 청담동 연세리버빌 3차 전용면적 243㎡의 경우 감정가 55억5000만원의 106%인 58억7770만원에 낙찰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94㎡는 감정가 40억2000만원의 102%인 41억1906만500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강동구 강일동 강동리버스트4단지 전용면적 50㎡는 6억5800만원에 낙찰돼 감정가보다 110% 높은 가격에 매각됐다.
지난달 매각가율이 전월보다 높게 집계된 것은 아니지만, 강남권인 송파구와 성동구에서도 높은 매각가율에 낙찰된 물건이 나왔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면적 60㎡는 감정가 19억2800만의 108%인 20억7911만원에 다른 주인을 찾았다. 성동구 성수동 강변건영 전용면적 85㎡에는 응찰자 32명이 몰리며 높은 관심이 나타나기도 했다. 해당 물건은 감정가 17억3000만원 대비 105% 높은 18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이처럼 강남 3구 등 주요 지역에 입찰 열기가 달아오른 반면, 서울 전반적으로는 거래 한파가 한창이다. 올해 1월 낙찰가율은 94.3%, 지난해 12월은 91.9%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면서 선뜻 응찰하지 않고 기회를 엿보는 분위기다.
다만 서울의 낙찰률은 지난해 12월 40.8%에서 지난달 48.8%로 뛰었는데, 이는 긴 설 연휴로 인해 전체 경매 물건이 줄어들면서 나온 착시 효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연휴처럼 이달 낙착률이 또다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지난 추석의 경우 거래량이 전월 296건에서 반토막 났는데, 그 다음 달 경매 물건이 다수가 나오면서 낙찰률이 45.6%에서 41.3%로 4.3%포인트 내렸다.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도 서울 전체와 강남의 낙찰가율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9월 기존보다 강화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한 이후 실수요자들이 몰렸던 비강남권 경매 시장의 낙찰가율이 떨어졌다. 응찰자 수도 감소했다. 반면 강남권 아파트를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사보려는 현금 부자들은 오히려 경매시장에 몰렸고, 이들의 입찰 경쟁은 낙찰가율을 높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남권 아파트들은 여전히 매각가율이 90%, 100% 이렇게 기록하고 있는데 외곽 쪽에 있는 아파트는 2차례 정도 유찰될 때까지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보니 낙찰가율도 낮아지고 있다"라며 "신축 아파트 또는 입지가 좋은 지역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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