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지난해 31조원 규모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본예산 대비 덜 걷힌 세수 결손이 2년 연속 이어진 가운데, 덜 걷힌 국세의 절반이 법인세 쇼크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로 쓸 곳은 많아졌는데 세입은 줄며 나라 곳간 사정도 나빠졌다. 정부가 세금을 거둬들여 쓰고 남은 금액인 세계잉여금이 2조원에 그친 데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채무상환 등에 차례로 사용하고 나면 추가경정예산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실탄이 충분치 않은 만큼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2024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세금 징수 등으로 걷은 수입, 각 정부 부처에 쓴 지출을 확정해 정부가 나라살림을 전년에 세운 계획과 비교해 얼마나 모았고 얼마나 썼는지 가늠할 수 있는 가계부 성격이다.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은 336조5324억원으로 본예산(367조3140억원) 대비 30조7816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예산을 짜면서 예상했던 국세수입보다 실제 수입이 31조원 가까이 덜 걷혔다는 의미다. 세수 오차율은 8.4%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세수결손이 나타나자 정부는 지난해 9월 세수 재추계치를 발표했는데, 이 예측치보다도 1조1715억원(0.3%)이 결손났다. 이에 대해 조문균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3분기 이후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 반도체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부가가치세 등에서 오차가 났다"고 설명했다.
약 31조원의 세수결손 중 법인세 감소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했다. 법인세는 62억5113억원으로 예산(77조6649억원) 대비 15조1536억원(19.5%) 줄었다. 정부 예측보다 경기 둔화 여파가 더 커지면서 상장사 영업이익(개별기준)이 44.2% 급감한 영향이다. 양도소득세(-5조7313억원), 근로소득세(-9836억원), 증권거래세(-6227억원) 등도 예상을 빗나갔다.
2023년 실적 대비로는 법인세가 17조9082억원(22.3%) 줄며 법인세 구멍은 더 컸다. 법인세 쇼크로 기업에서 구멍 난 세수는 이자소득세(2조원)와 근로소득세(1조9000억원) 등이 메웠다. 특히 취업자 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직장인이 내는 근로소득세(61조491억원)가 법인세(62조5113억원)에 육박하게 급증한 것이다.
조세 외 수입인 세외수입으로는 199조4000억원을 거둬들였다. 세외수입은 지방 재정 수입 중 지방세·지방교부세·보조금 등을 제외한 도로 사용료, 과태료 등 수입을 말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자기금 예수금 확대, 경상이전수입 증가 등에 기인해 본예산 대비 16조7000억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수입에 세외수입을 더한 총세입은 53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세외수입은 당초 계획보다 16조7000억원 늘어났지만 31조원에 가까운 세수펑크가 나면서 총세입은 당초 본예산 대비 14조1000억원이나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봉용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30조8000억원의 세수 부족분 중 세외수입 증가액 16조7000억원을 상계하고 남은 부족분은 기금과 불용 등 가용재원을 활용해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총세출은 529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9조원 늘었다.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내년으로 넘기는 예산인 이월액(4조5000억원)을 뺀 세계잉여금은 2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 중 국가 고유의 재정에 쓸 수 있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4000억원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상환 등에 순서대로 쓴다. 그러고도 돈이 남으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사용할 수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국가재정법에 묶여 경기 조절을 위한 추경에 쓸 돈이 많지 않은 상황인 만큼, 여·야·정에서 추진하는 추경을 위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라가계부는 흑자를 냈지만, 결산상 불용 예산은 20조원을 넘기면서 정부가 세웠던 지출 계획 집행의 비효율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산상 불용 예산은 국세수입 감소에 연동한 지방교부세·교부금 감액조정(6조5000억원)과 정부 내부거래(4조3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사업비 불용과 예비비 미집행을 포함한 사실상 불용액은 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결산상 불용액은 전년 45조7000억원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라며 "결산상 불용 예산은 회계상 불용액의 단순 합계여서 세수부족분이 전년 대비 줄면서 구조적으로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