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노인 인구 10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택연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노후 대비를 따로 하지 못했는데,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비가 부족하고 가진 건 집 한 채가 전부인 고령층에게 주택연금은 유용한 노후준비 수단이다. 우리나라에는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된 노인들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가구의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지난해 81.3%까지 늘었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사실상 주택을 담보로 한 이자후불제 분할 대출 상품이다. 대출 원금과 이자는 따로 내는 게 아니라 가입자 부부가 모두 사망하면 경매에 넘겨 처분해 정산한다.
주택연금은 1995년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민간에서 먼저 뛰어들었지만, 판매가 부진해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정부는 민간에서 시도한 주택연금 상품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자 2005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국정과제로 '역모기지 활성화 방안'을 선정하고 2년의 연구를 거쳐 상품을 설계했다. 이것이 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서 2007년부터 판매 중인 주택연금 상품이다.
주금공의 주택연금은 종신형이면서도 국가가 보증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내 집에 평생 살면서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가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사업 초기인 2007년 515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3만여명을 넘어섰다. 신규 가입자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에만 1만4670명이 새로 가입했다. 2022년부터 3년째 매년 1만5000명에 육박하는 고령층이 가입하고 있다.
부부 중 한 명이 55세를 넘어서면 가입이 가능하다. 담보가 되는 주택은 아파트·빌라뿐 아니라 주거목적 오피스텔과 노인복지주택도 가능하다. 단, 정부 주도 상품이다 보니 가입에 제한이 있다. 우선 부부합산 주택 공시가격이 12억원 이하여야 한다. 다주택자도 가입이 가능하지만, 합산가격이 12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12억원 초과 2주택자는 3년 이내 한 개의 주택을 처분한다는 조건 하에 가입을 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주택 중 1개 주택에만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한 것이 원칙이다. 또 가입자 또는 배우자가 담보로 잡을 주택에 실제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주금공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주택연금을 이용하는 평균 연령은 72세다. 평균 수령액은 122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가격이 높고, 연령이 높을수록 연금도 많이 받는 구조다. 3월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면 주택가격과 연령에 따라 최저 14만7000만원에서 최고 461만5000원을 받을 수 있다. 가령 시세 9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70세 노인이라면 매월 267만7000원을 받을 수 있다. 한 번 정해진 연금 수령액은 바뀌지 않는다.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가입 당시 보장했던 금액이 그대로 지급된다는 얘기다. 반대로 집값이 올라도 연금이 오르지 않는다.
정부는 주택연금이 고령층의 생활안정과 주거 불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가입자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 60세였던 가입 대상 연령을 55세까지 낮추고, 주택의 공시가격을 9억원에서 12억원(시세 약 17억원)까지 확대하는 등 가입 문턱을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총 대출한도도 6억원까지 늘려 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과 연금 수령 방식도 다양화해 가입자의 선택지를 넓혔다.
정치권에서도 주택연금 활성화 논의가 활발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주택연금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공론화했다. 주택 가격 상한선을 아예 없애 누구나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민간 주택연금 시장은 공적 영역에 비해 위축돼 있다.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이 주택연금 방식의 역모기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나 지난해 9월 기준 대출잔액은 주금공의 0.1%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려면 민간 시장이 공적 영역을 보완해야 한다"며 "공시가격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보유자를 위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주택연금 시장도 선택지가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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