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 범행의 전모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범행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공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례를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사기와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 등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2년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이고 위조된 '완납 증명서'를 건넨 후 대출상환금 명목의 현금 1억2100만원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1심은 A 씨에게 유죄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건 편취액이 1억2100만원에 달하고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보이스피싱범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현금 수거 업무를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수행했을 뿐이라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해당 지시만으로는 A씨가 범행의 일부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후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과거 법원 판례에 따라 구체적인 범행 내용과 과정을 인지하지 못해도 공범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현금 수거책의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 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범죄를 미필적으로 인식했을 것이라는 근거로 채용한 업체의 명칭과 조직 등을 확인하지 않은 점, 대면한 적도 없는 피고인에서 거액의 현금 수거 업무를 맡긴 점, 피해자들의 현금 중 일부를 스스로 경비와 수당으로 사용한 점 등을 꼽았다.
이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운영 현실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반드시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각각 범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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