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급속도로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로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진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출 이자에 의존하는 현재의 수익구조를 신탁이나 해외시장 진출 등 신규 사업으로 바꾸려고 시도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다.
13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인구변화에 따른 은행의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기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변화는 은행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경제주체들이 자금 수요를 줄여 은행 대출 수요는 물론, 주식과 회사채 등의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층 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경향이 있지만 노년층 인구가 증가할수록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지면서 대출수요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출 수요가 줄면서 은행의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고령층 비율이 높은 사회에서는 내수 시장의 정체 및 성장 둔화가 나타나는데, 이는 기업의 신규 투자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부채 활용 유인도 줄어들게 된다. 결국 고령화와 함께 가계와 기업의 대출수요가 감소하면서 은행은 부채보다 자산이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전체 인구에서 저축 여력이 낮은 고령층의 비중이 계속 늘면 금융권으로 유입되는 신규저축이 줄어 은행의 자금조달 변동성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계층의 비중이 늘면서 신규자금 공급이 줄면 금융회사 간 자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은행의 조달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보고서는 은행이 대출수요 축소에 따른 이자 이익의 감소에 대비해 신탁이나 연금, 개인자산관리와 같은 신규 수익원 발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중에서도 신탁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탁처럼 신뢰할 만한 제삼자(수탁자)가 존재하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재무적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은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며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경우 지난 10년간 유언신탁, 교육자금 증여신탁 등을 중심으로 신탁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에는 신탁이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한데 은행들이 고객층을 더 대중화할 필요가 있다"며 "고액 자산가에 대해서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산층 및 대중 고객층에게는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해외 진출 등 신시장 개척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나 베트남과 같은 고령인구 비중이 낮은 국가에 대한 사업비중을 높여 전체 은행 포트폴리오의 고령화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3대 은행지주회사들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청년층 인구 비중이 높은 동남아시아 진출을 확대했고, 2023년 말 총대출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했다"며 "반면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신시장 개척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고령층이 부동산을 소득화하려는 시장수요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은행 자체 역모기지론(집 담보 연금 대출)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소득화하려는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인구변화에 따라 부동산가격은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부동산 위험 노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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