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2022~23년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 생겼던 중저가 화장품 점포 ‘로드숍’ 여러 곳이 지난해 하반기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수요가 커진 데다 여러 브랜드를 성분 중심으로 한꺼번에 비교해보고 사는 화장품 쇼핑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로드숍의 설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16일 서울신문 취재에 따르면 2023년 2월 연 에뛰드 명동1번가점이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2022년 12월과 2023년 1월 연 네이처리퍼블릭의 명동 점포 2곳도 지난해 9, 11월 각각 폐점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후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하자 야심차게 매장을 열었지만 2년을 못 버틴 셈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명동의 공실률은 6.8%로 전년(14.5%) 대비 크게 줄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전 세계적인 K뷰티 열풍에도 로드숍이 부진한 건 달라진 소비 트렌드로 풀이된다. CJ올리브영 같은 멀티 브랜드샵이 화장품 쇼핑의 중심이 돼서다. 올리브영은 현재 명동에 6곳의 점포가 있다. 1·2층 규모의 명동타운점은 일평균 방문 고객이 1만명을 넘고 90%가 외국인으로 로드숍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
이런 탓에 갈수록 화장품 로드샵 점포 수는 줄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535곳, 113곳에 이르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니스프리, 에뛰드 점포 수는 2023년 각각 338곳, 49곳으로 줄었다. LG생활건강은 아예 2023년 더페이스샵, 네이처컬렉션의 화장품 가맹사업을 철수하고 가맹점주가 타사 제품도 팔 수 있도록 했다.
로드숍 브랜드의 실적은 채널 다각화와 해외 시장 공략 여부로 갈렸다. 미샤의 운영사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3억원으로 전년 대비 77.7% 늘었다. 저수익 채널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매출이 62.6% 증가하는 등 해외 시장 성장이 두드러지면서다. 국내에선 전용 제품을 출시한 다이소에서만 매출이 546% 급증했다.
반면 이니스프리(16억원)와 에뛰드(91억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84.1%, 38.6%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 전체 영업이익(2493억원)이 전년보다 64.0% 늘었음에도 흐름을 타지 못한 것이다. 두 브랜드 모두 로드숍을 줄이는 등 판매 채널 재정비를 한 여파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니스프리는 타사보다 늦은 2023년 올리브영에 입점했고, 로고와 디자인을 바꾸며 진행한 리브랜딩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명동은 사실상 외국인 대상의 상권인데 점포를 줄이는 건 해외 시장 진출이 더 효과적이어서라는 해석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미주 매출(5246억원)이 전년보다 83% 증가하며 처음 중화권(5100억원)을 넘어섰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비싼 임대료의 명동 점포를 유지하는 것보다 아마존 직접 진출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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