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보험개발원과 자동차보험을 파는 손해보험사 7곳이 지난해부터 공동개발해온 '운전습관 데이터 플랫폼'이 3월 중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데이터 축적에 들어간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이 운전습관연계보험(UBI) 확대와 더불어 운전행동연계보험(BBI)으로 나아가는 초석이 마련됐다. 보험사들은 플랫폼을 활용해 국민들의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는 보험상품을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19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보험개발원은 현재 운전습관 데이터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각 보험사 애플리케이션 이식을 위한 최종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보험개발원과 자동차보험업계는 운전자별 사고위험을 반영할 수 있는 운전습관 정보를 집적해 소비자 효용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해 초부터 플랫폼을 기획·개발해왔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이 3월께 플랫폼을 론칭하면 각 보험사가 법률검토 등을 거쳐 5~6월 중 자사 앱을 통해 운전습관 데이터 서비스를 고객에게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후 약 3개월 동안의 데이터 축적 과정을 거친 뒤 보험개발원이 안전운전점수 산출모형을 개발하면 올해 3~4분기께 관련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자동차보험업계는 운전습관에 기반한 보험상품인 UBI를 특약 형태로 일부 판매중이다. 하지만 자체 사물인터넷(IoT) 장치를 제공하는 캐롯손해보험을 제외하고 대부분 티맵·카카오내비·네이버지도 등 핀테크 업체의 데이터와 연동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제조사의 커넥티드카 데이터를 활용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고 개인 맞춤형 보험 개발과 손해율 관리에 활용할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해외의 경우 UBI 시장이 우리보다 앞선다. 미국 대표 보험사인 프로그레시브를 비롯해 올스테이트, 리버티뮤추얼, 네이션와이드 등이 UBI 상품을 활발히 판매중이다. 데이터 수집엔 스마트폰 앱부터 블랙박스, 운행기록확인장치(OBD) 등을 다양하게 활용중이다. 영국과 이탈리아도 UBI 가입 비중이 높다. 허창언 보험개발원장은 지난 5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UBI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320억달러에서 2033년 2990억달러(약 433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UBI가 확대되면 운전자들이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사고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험개발원이 이번에 개발한 플랫폼엔 블루투스 연결을 통한 차량정보 등록과 탑승여부 확인, 운전습관 정보 생성·전송, 운전점수 제공 기능 등이 탑재됐다. 운전습관 정보로는 급출발·급감속·급정지·급회전·급U턴·주행시간·심야운전시간 등이 수집된다. 보험개발원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사고위험도를 분석하고 안전운전점수 산출모형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모형은 보험사가 점수별 보험료 차등을 두는 상품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연내 보험사 자체 데이터에 기반한 UBI 상품이 출시되면 UBI 확산과 더불어 BBI 도입도 빨라질 전망이다. BBI는 UBI보다 더 정밀하게 운전행태 정보를 측정해 보험료에 반영하는 자동차보험이다.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가속·감속 등의 단순정보뿐 아니라 운전자의 스마트폰 사용빈도나 코너링 시 기울기 등까지 수집한다. 해외에서는 테슬라·GM·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이 BBI를 팔고있다. 국내는 개인정보 보호 이슈로 아직 걸음마 단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UBI로 안전운전 습관을 기르고 보험료 할인 혜택을 경험하면 BBI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보험사는 단순 나이·사고이력·운전경력 등이 아닌 개인 운전행태에 특화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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