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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유통썰전] 농심이 역성장하게 된 4가지 이유
    김국헌 기자
    입력 2025.02.1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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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사옥 전경.
농심 사옥 전경.

[중앙이코노미뉴스 김국헌] '라면의 제왕' 농심이 흔들리고 있다. 경쟁사인 삼양식품이 날아다니는 것과 달리 농심은 매출을 삼양식품의 2배를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1/2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이 1조7300억원으로 전년비 4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442억원으로 133.4% 급증했다. 반면, 농심은 지난해 3조387억원의 매출과 16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비 0.8% 소폭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3.1% 되려 줄었다. 경쟁사 실적이 급증할 때 농심의 실적은 오히려 역성장한 것이다.  각종 유튜브, SNS 댓글엔 농심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이 세상에 이유없는 결과는 없는 것. 라면시장에서 절대강자였던 농심이 이같은 상황을 맞게된 것은 국내 라면 1등기업이라는 자만과 현실안주가 불렀다고 볼 수 있다. 농심이 현재 직면한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면 1) 예전같지 않은 라면 맛, 2) 수출용과 내수용의 건더기 차이, 3) 김치의 중국식 표현, 4) 현실 안주와 혁신 부족 등 네가지를 들 수 있다. 


1. 라면 맛이 예전같지 않아졌다


심심찮게 넷상에서 퍼지는 농심에 대한 얘기는 "라면 맛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의 라면 갤러리에서는 "농심 쪽 라면 맛 변해서 안 사먹은지 6년 쯤 됐다", "신라면 그 얼큰하고 감칠맛나는 느낌이 그리운데 이제 그 맛이 안난다", "짜파게티도 옛날엔 진짜 고소해서 3봉지도 먹고 그랬는데 맛 변하고 나서 안땡기더라", "너구리도 맛있었는데 어느 순간 맛이 밍밍해졌다", "농심의 경우엔 내가 과거에 적었지만 상당수의 라면들의 맛이 초기와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에 몇몇의 라면을 제외하곤 구입을 잘 안하는 편"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2000년대에 MSG 논란으로 인해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 라면업체들이 라면 수프에 MSG를 넣지 않으면서 맛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왔지만 농심은 유독 맛이 변질됐다는 얘기가 많다.

과거보다 더 맛있어지면 상관없지만 대부분의 지적들은 맛이 되려 없어졌다는 것이다. 쌀면을 밀면으로 바꾼 것도 맛이 변한 이유라는 해석이 있고, 일각에서는 원가절감 이슈로 각종 건더기나 스프의 표고버섯 등 감칠맛을 내게하는 재료를 줄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2. 수출용과 내수용 건더기 차이에도 "나라별 취향차이 반영한 것일 뿐"


2023년 12월 '한국 신라면 VS 일본 신라면' 유튜브 영상 캡쳐. 왼쪽이 일본 수출용, 오른쪽이 내수용이다.
2023년 12월 '한국 신라면 VS 일본 신라면' 유튜브 영상 캡쳐. 왼쪽이 일본 수출용, 오른쪽이 내수용이다.

농심 라면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을 가장 화나게 만든 일은 내수용과 수출용 라면의 퀄리티 차이다. 내수용과 수출용 제품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는 사실이 유튜브 등에 공공연히 공개되고 있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신라면 컵라면의 내용물이 한국 것보다 건더기가 많다는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내수시장 역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내수용 역차별 의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과거 일부 소비자들은 한국 제품에도 건더기를 많이 넣어달라고 했지만 농심 측은 국내 제품은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엔화가 약세를 보이며 최대 2배 가까이 비쌌던 일본 신라면 가격이 한국 편의점보다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며 논란이 재조명됐다.

2023년 12월 올라온 '한국 신라면 VS 일본 신라면'이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한눈에 봐도 일본 수출용 신라면 컵라면 제품과 내수용 신라면 컵라면 제품의 건더기 차이가 확연히 난다. 일본 수출용이 훨씬 건더기 양이 많다. 건더기 중량을 비교한 결과 일본제품이 내수용 신라면보다 3g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면 중량은 같기 때문에 일본 제품은 총 68g, 한국 제품은 총 65g이었다.

당시 농심은 “일본 수출용이 건더기가 많은 데 대해 현지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 라면 원조 일본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라면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또 "건더기의 경우 나라별로 취향과 맛 트렌드 차이가 있어 이를 반영한 것일 뿐 수출용과 내수용을 차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이를 같은 제품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우리도 건더기 풍부한 거 좋아한다"는 소비자 의견들이 줄을 잇는다. 수출용, 내수용 차별 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농심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심과 기업이미지는 하락했다. 


3. 김치라면 포장지에 김치를 '라바이차이'로 표기...기업이미지 실추


김치의 중국어 표기인 ‘신치’ 대신 ‘라바이차이’가 적힌 농심의 김치라면. 논란이 일자 지금은 ‘Kimchi(김치)’ 영문 표기로 바뀐 상태다.
김치의 중국어 표기인 ‘신치’ 대신 ‘라바이차이’가 적힌 농심의 김치라면. 논란이 일자 지금은 ‘Kimchi(김치)’ 영문 표기로 바뀐 상태다.

2024년 1월엔 농심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김치라면 포장지에 김치를 중국어로 표기해온 것이 논란이 됐다. 

농심은 당시 미국 판매하는 농심 수출용 김치라면에 영어로 김치라고 표기하지 않고, 김치라면 포장지에 김치를 중국어 ‘라바이차이’(辣白菜)로 표기했다. 라바이차이는 중국에서 김치를 의미하는 말로 통용된다. 중국 동북지방의 배추절임 음식을 라바이차이라 일컫기도 한다. 중국은 김치를 중국 문화라고 주장하던 와중에 농심이 자사 제품에 들어간 김치를 라바이차이라고 쓴 것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이 분노했다. 

논란이 커지자 농심은 2024년 1월 말 농심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김치라면과 김치사발면(용기면) 포장지에 적힌 라바이차이 표기를 삭제하고 ‘Kimchi(김치)’ 영문 표기만 사용하기로 했다.

논란이 일자 즉각적으로 대응한 것은 적절했지만 이미 수년간 라바이차이로 미국에 수출된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이 느낀 분노는 생각보다 컸다. 이 사건 역시 농심의 기업이미지 하락을 불렀다. 


4. 현실에 안주하고 혁신이 부족했다


농심은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아는 베스트셀러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육개장 사발면 등은 한국인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며, 경쟁사 대비 베스트셀러 제품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신라면(1986년), 너구리(1982년), 안성탕면(1983년), 육개장(1982년), 짜파게티(1984년) 등은 80년대에 출시된 제품들인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때 출시했던 라면들이 족족 히트를 쳤고, 80년대 중반 라면의 원조 삼양식품을 넘어 업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문제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 제품들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과거에 출시된 라면들 말고 혁신에 성공해 베스트셀러로 올라간 제품이 사실상 없다. 80년대에 나온 라면들을 가지고 아직도 연명한다. 

결과적으로 80년대 베스트셀러 제품들은 농심을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었다. 베스트셀러 제품들이 워낙 잘 팔리다보니 신제품을 열심해 개발해 출시해야 할 의욕 자체가 적었다고 본다. 

현재 농심이 밀고 있는 신라면 툼바.
현재 농심이 밀고 있는 신라면 툼바.

내고 있는 신제품들도 기존 제품을 변형한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농심은 꾸덕해진 '신라면 툼바', 매운맛을 추가한 '신라면 더 레드', 매운 볶음면인 '신라면 볶음면', 프리미엄 라면인 신라면 '블랙', 프리미언 라면인 짜파게티 '더 블랙', 1975년도에 출시했던 '농심라면',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짜파구리' 등 기존 베스트셀러 제품을 변형한 신제품 출시에만 열을 올렸다. 농심이 현실에 안주하고, 혁신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농심은 창업자였던 신춘호 회장 아들인 신동원 회장이 지난 10년간 2세 경영을 해오다가 2022년 농심은 이병학 사장에게, 2023년 농심홀딩스는 박준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맡기고 물러난 상태다. 일각에서는 농심이 신춘호 회장 사후 2세 경영에 들어서서 너무 현실에 안주하다보니 성장 정체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유럽시장 공략 긍정적...혁신적 초대형 베스트셀러 신제품 출시가 필요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신라면 트램 광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신라면 트램 광고. 

농심은 성장 역주행을 벗어나기 위해 유럽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18일 농심은 다음 달 암스테르담에 유럽 법인 ‘농심 유럽’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농심은 유럽 법인을 비즈니스 거점 삼아 라면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로 했다. 유럽 라면 시장은 2019∼2023년 연평균 12% 성장했고, 2023년 약 20억달러(2조8860억원) 규모로 커졌다. 이 기간 농심의 유럽 매출은 연평균 25%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0% 늘었다.

농심은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입점을 확대하고 현지 입맛에 맞춘 제품을 개발해 2030년 매출 3억달러(4329억원)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판로 확대와 함께 생산량도 늘릴 계획이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중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수출전용 공장을 설립해 2026년 하반기 가동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현재 22억 개인 연간 수출 공급량은 27억 개로 늘어난다. 수출을 늘리려는 이런 계획들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현재 농심은 신라면 툼바를 '농심의 불닭'처럼 키우려고 하고 있는데 불닭볶음면 같은 초대형 대박이 터질지는 벌써부터 미지수다. 신라면 툼바는 출시 첫 2달 간 1100만개가 판매됐다. 이는 지난 2021년 '신라면볶음면'이 기록한 3주간 1000만개 판매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2022년 출시된 '라면왕김통깨'와 비슷한 수준이다.

농심이 진짜 성장하기 위해서는 80년대 베스트셀러 제품들같은 혁신적 신제품 출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에 신라면이나 짜파게티 급의, 경쟁사인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같은 초대형 신제품이 필요해 보인다"며 "혁신적 제품 출시만이 농심이 지금의 성장 정체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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