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수준부터 '경제성장이 이어지면서도 탄소배출이 줄어드는', 이른바 탈동조화(decoupling)가 시작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59개국 평균 소득전환점인 1인당 GDP 2만3000달러 대비 높은 수준이다. 안정적인 탈동조화를 위해 고탄소 산업의 단계적 저탄소화를 지원하는 한국형 전환금융 체계 도입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이 19일 공개한 BOK 이슈노트 '국가별 패널자료를 통한 경제성장과 탄소배출의 탈동조화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고소득·중간소득 국가로 분류되는 59개국 패널분석 결과, 탈동조화가 시작되는 소득전환점은 1인당 GDP 2만3000달러 내외다. 고소득 국가는 대체로 탈동조화에 접어든 상태다. 다만 탈동조화에 속도가 붙게 하거나, 이를 제약하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소득전환점은 차이를 보였다. 연정인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기후리스크분석팀 과장은 "산업구조 변화(서비스업 비중 확대)를 통해 탈동조화가 촉진됐고, 기술 진보와 금융 발전은 국가별 경제구조에 따라 탈동조화를 촉진 또는 지연시켰다"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소득전환점을 지나 '절대적 탈동조화'로 전환하는 기로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탈동조화가 평균 대비 지연된 건 산업적 특성과 에너지 공급구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연 과장은 "노동집약적·저부가가치 업종 중심의 서비스업 확대로 산업구조변화 효과가 제약됐고, 높은 비중의 고탄소 제조업과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공급구조로 인해 기술 진보와 금융발전이 탄소배출의 규모효과를 강화한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고소득 국가는 금융발전을 통해 탈동조화를 촉진할 수 있으나 산업구조·기술 수준 면에서 실물경제의 탄소 감축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간소득 국가에서는 금융발전이 탄소배출 증가에 기여했다. 금융시장의 자금공급 역량이 커도 재원이 탄소 집약적 경제활동에 집중될 경우 탈동조화를 제약할 수 있어서다. 탈동조화 촉진을 위해서는 저탄소 부문으로의 자금흐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이 앞으로 안정적인 탈동조화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저탄소·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 ▲청정에너지 및 친환경 기술 도입 촉진 ▲녹색금융 활성화 정책 구체화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고탄소 제조업 중심인 한국의 산업적 특성을 고려할 때 고탄소 산업의 단계적 저탄소화를 지원할 수 있는 전환금융 체계를 도입해, 저탄소 경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금조달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연 과장은 강조했다. 전환금융은 고탄소·난감축 산업의 저탄소 전환 활동에 자금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현행 녹색분류체계에 따른 엄격한 활동·인정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으나 탄소 저감에 일부 기여할 수 있는 과도기적 활동을 지원한다.
연 과장은 "현재 한국의 녹색금융 체계는 고탄소 제조업의 산업구조 재편, 단계적인 저탄소 기술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 수요를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존재한다"며 "최근 일본, 중국 등은 전환금융 도입을 본격화했고 싱가포르, 유럽연합(EU) 등도 기존 녹색금융 체계와 연계할 전환금융 제도를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최대 전환금융 시장을 운영 중인 일본은 대출·채권발행 등을 통해 산업별 탄소 감촉 로드맵에 부합하는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고 있으며, 그 결과 2019~2022년 일본의 탈동조화 추세는 과거보다 가속화하고 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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