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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애플페이 보편화' 초읽기…단종·연회비 상승 추세 장기화 우려
    입력 2025.02.2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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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신한·KB국민카드 등 카드사의 애플페이 도입 작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소비자 후생이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간편결제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사들이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연회비를 올리고 알짜 카드 단종을 늘릴 수 있어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카드사가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 가맹점에 전가하지 않도록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현안에 대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20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애플카드를 도입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약관 심의, 보안성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약관 심의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진행 속도는 더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금융감독규정상 보안성 심의는 신규 업무(영업) 이후 통과해도 된다. 금융감독원 약관 심의 이후 법적으로 의무 준수해야 할 금융위 공식 절차는 없다. 다만 2023년 3월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처럼 고객 수수료 부과, 가맹점 수수료 부담 전가, 정보 유출 등에 관한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했는지에 대한 당국의 비공식 검증만 거치면 된다. 사실상 약관 심의만 통과하면 애플페이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업계가 신한카드 애플페이 사업 추진 작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KB국민, 하나, 우리카드 등도 '2030 세대' 공략을 위해 애플페이 도입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년 전 애플페이를 카드사 중 가장 먼저 도입한 현대카드의 경우 20, 30대 회원 수 증가 폭이 컸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20대 회원 수는 98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4% 늘어났다. 전 연령대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30대도 240만명으로 같은 기간 6.2% 증가했다.

현대카드처럼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삼성·네이버·카카오·토스페이 등도 현재 무료인 수수료를 유료화할 수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페이 사업자인 삼성전자 인사가 이달 정무위를 방문해 수수료 유료화 전환 방침을 세울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간편결제사 수수료 지불액이 늘면 카드사들의 연회비 상승, 알짜카드 단종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수수료 리스크를 크게 경계하고 있다. 당국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정책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지는 가운데 애플, 삼성,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간편결제사 수수료까지 내면 각종 비용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카드사들은 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야만 채권을 발행해 영업을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다. 채권 발행이 끊기는 순간 자금 조달 동력이 약해져 경영 리스크가 커진다.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연회비 인상, 프리미엄 카드 영업을 통한 충성고객 확보, 값싸고 질 높은 알짜카드 단종이다.

카드사들의 상품 단종, 연회비 인상 추세는 고착화한지 오래다. 여신금융협회가 전업 카드사 8곳(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 신용카드 단종 상품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1년 상반기 이후 4년간 단종 상품은 3배가량 늘었다. 2021년 상반기 75종에서 지난해 하반기 209종으로 2.8배 증가했다. 통화당국(한국은행) 정책금리 인상 효과가 발생한 2023년부터 단종 카드가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2022년 하반기에 4번 연속 정책금리를 올리면서 신용대출 금리가 6%대로 뛰었다. 치솟은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이 장기카드대출(카드론)에 기대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이가 늘었고 카드사 연체율도 상승했다.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상품 단종,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를 했다.

2023년부터 연회비도 높아졌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2022년 출시된 카드 76종 평균 연회비는 3만8171원이었으나 2023년 상반기 출시 59종 연회비는 8만3453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평균 11만3225원으로 늘었다. 1년 반 동안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일부 프리미엄 카드 때문에 평균 연회비 수치가 급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이데이터 전문 업체 뱅크샐러드에 따르면 6개 전속 카드사의 지난해 하반기 신규 출시 카드 74종 중 연회비 100만원대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 평균 연회비는 8만7000원이다. 연회비 100만원대 카드까지 포함하면 17만4581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아져 관련 이익이 줄어든 카드사들은 소위 '혜자카드(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카드)'나 무이자할부 혜택을 줄여나가고 있다"며 "빅테크 간편결제사 수수료 부담까지 늘면 카드채 발행에 필요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너도나도 상품 단종, 연회비 인상을 추진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은 업계 우려와는 달리 카드사들이 애플페이를 비롯한 빅테크 간편결제 사업을 영위해도 소비자, 가맹점에 수수료 부담을 떠넘길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단계적 애플페이 도입 후 수수료 규모를 보면 (카드사들이) 소비자나 가맹점에 피해를 초래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 역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사업을 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현대카드 결제 실적 중 애플페이 비중은 미미한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카드사들이 상품 출시와 부가 서비스를 줄이는 데 간편결제사 수수료 부담이 유의미하게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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