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국내 주요 건설사가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에 대한 접속 차단에 나섰다. 중국 등과 해외 수주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딥시크로 인한 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자, 건설업계 곳곳으로 접속금지령이 퍼지고 있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사내에서 '딥시크' 웹사이트를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한 상태다. 딥시크 외에도 업무와 무관한 사이트나 외부 AI 모델에 접속이 불가하다. 보안 부서의 승인을 받아야만 활용이 가능하다. 내부 정보의 유출이 발생할 수 있어 이 같은 방향을 세웠다.
시평 2위인 현대건설도 '딥시크'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내부망에서 딥시크를 사용할 수 없도록 차단한 상태"라며 "추후 안전성이나 보안이 확보되기 전까지 차단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S건설은 이달 7일 사내 게시판 공지를 통해 차단 사실을 알렸다. 아직까지 피해 사실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도 "정보보안을 이유로 차단 중"이라고 했다.
해외 각지에서 중국 건설업체와 수주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입찰 기밀이 밖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DL이앤씨는 접속을 직접 막기보다는 AI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보 유출을 막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AI 모델 활용 시 개인정보나 회사 업무 내용에 관해 묻고 답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딥시크는 지난달 20일 자체 AI 모델 '딥시크-R1'과 AI 챗봇 '딥시크'를 출시했다. 저렴한 개발 비용에도 기존 모델의 성능을 보여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학습을 위해 이용자의 이름·생년월일 등 기본 정보 외에도 인터넷 IP 주소, 고유 장치 식별자, 키 입력 패턴까지 수집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딥시크 서버가 중국에 위치하기에, 유출된 이용자의 데이터가 악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 결과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시 처리 방침이 미흡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에서 접속 차단에 나섰고, 지난 15일 오후 6시부터는 딥시크 애플리케이션의 국내 서비스가 중단됐다. 다만 신규 다운로드만 제한될 뿐 기존에 설치된 앱과 웹 서비스에는 이용 제한이 없다.
업계에서는 딥시크 충격으로 정보 유출 우려가 늘고 건설산업에도 건설정보모델링(BIM) 등 AI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는 시점이어서 이번 기회에 관리·윤리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BIM은 디지털 방식으로 건축물 등의 정확한 가상 모델을 생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3차원 환경에서 건축물의 설계, 시공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규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딥시크 쇼크를 통해 본 건설데이터 윤리·관리의 중요성' 보고서를 통해 "건설 분야 AI 기술 활용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목적에 맞는 표준화된 데이터 수집과 체계적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딥시크에서 민감한 정보를 입력해 사용 시 주요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더욱 철저한 데이터 보안과 윤리적 AI 활용 정책이 요구된다"라며 "데이터 보호 및 AI의 윤리적 학습 품질 관리를 책임질 전담 담당자를 건설 관련 기관·기업 내에 지정하고,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관리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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