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 무역·통상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18일(현지시간) 연방 상원에서 가결 처리되면서 조만간 한미 간 고위급 통상 협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통상 당국도 이에 대응해 대미 협상 전략을 조율하고 있으며, 민관 협력을 강화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 현재 한미 통상 협상을 위한 고위급 방미 일정을 조율 중이다. 앞서 지난 17일 박종원 통상차관보가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 고위 당국자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DC로 향했다. 당시 박 차관보는 출국 전 "저뿐만 아니라 제 윗분들도 협의의 기회가 조만간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고위급 회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산업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은 각각 미국 상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카운터파트로 두고 있다. 현재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상원 인준을 마친 반면,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후보자는 아직 인준 절차를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방미 일정이 통상교섭본부장보다 우선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 관계자는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의 각각의 방미 일정을 현재 검토 중이며 빠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초쯤에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앞선 인사청문회에서도 일본의 철강, 한국의 가전 산업을 거론하며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압박했다. 그는 동맹국들이 무역에서 미국을 이용해왔다며, 외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우리의 동맹들은 우리의 선량함을 이용해왔다. 일본의 철강, 한국의 가전 같은 경우 우리를 그저 이용했다"며 "이제는 그들이 우리와 협력해 그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때"라고 주장했다.
특히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 지급에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기존 투자 계획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러트닉 장관은 미국 내 반도체 및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기존 투자 계획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차원의 정교한 협상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대미 통상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삼성·현대·LG·포스코 등 9개 민간 연구기관장 민간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함께 대미 통상정책 및 관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반도체, 배터리, 철강 등 주요 산업별 대응 전략과 함께, IRA 및 반도체법과 관련한 협상 방향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기관별 대미 통상 연구 방향을 공유하고, 미국 측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논리 및 메시지를 정리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 본부장은 "미국의 통상조치 현실화에 대비해 정부는 대미 협상 채널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며 "민간 연구기관과 협력해 대응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산업부는 이날 이승렬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제2차 산업정책 민관협의회'도 개최해 국내 주요 투자 프로젝트 및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 현황을 점검했다.
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세액공제 연장,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제도 신설 등 보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요청했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 적용 등을 위한 입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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