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입주권 찾는 사람은 많지요. 가격이 안 맞아서 못 팔아요." (강동구 A 공인중개사무소)
한때 고분양가 논란으로 미계약 사태를 빚었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입주권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용면적 59㎡ 입주권이 이달 20억원대를 넘어섰다. 평당가(3.3㎡)는 8000만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수년간 시장에 자리 잡았던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에 이어, 대단지를 선호하는 '얼죽대(얼어 죽어도 대형단지)' 현상까지 겹친 결과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용면적 59㎡ 입주권은 지난달 23일 20억5236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신고가는 같은 달 거래된 19억6000만원이었다.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9236만원이 오른 것이다. 해당 면적 입주권은 지난해 5월만 해도 17억원대에 거래됐다.
분양 당시와 비교하면 가격이 2배가 뛰었다. 이번 신고가 기준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평당가(3.3㎡)는 7956만원이다. 2022년 12월 해당 단지 일반 분양가는 10억6250만원(최고가 기준)으로, 당시 평균 평당가는 3829만원에 불과했다.
다른 면적의 입주권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의 입주권은 지난해 12월 말 27억원에 신고가를 썼다. 해당 거래 후 가격이 하락하며 지난달까지 23억~24억원 사이에서 잇달아 손바뀜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14일 26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며 다시 신고가 목전까지 가격이 뛰었다. 일반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최고가 기준 13억2040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0억원이 넘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호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설 연휴 전만 해도 25억원 이하에 머물렀던 전용면적 84㎡의 입주권 호가는 최대 30억원을 찍었다. 현장에서는 25억원 이하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25억원대 이상으로 호가가 형성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강동구 B 공인중개소 대표는 "설 연휴 전에는 23억원 후반대에서 24억원 중반대 입주권 호가가 형성됐다"며 "설 이후에는 25억원대에서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등한 가격에도 입주권을 찾는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다만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이 높아 가져가기 힘든 상황이다. 강동구의 C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니까 입주권을 팔려고 내놨던 조합원들이 (매도를) 잠시 생각해 보겠다며 연락을 해온다"고 말했다.
신축 선호 현상에 이은 대단지 선호 현상이 이 단지 입주권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분양가 상승으로 신축 매매 시 거둘 수 있는 시세 차익이 줄어들자 같은 신축이어도 인근 상권과 커뮤니티 시설을 누릴 수 있는 대단지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단군 이래 최대 단지'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큰 단지다. 총가구 수는 1만2000가구에 달한다. 서울 송파구의 헬리오시티나 마포구의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가 대단지로 꼽히지만 각각 9510가구, 3885가구 정도다.
또한 향후 몇 년간 이 단지의 매물이 적게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경우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일반분양을 통해 입주한 이들은 실거주 의무를 채워야 한다. 이는 다음 달 말 입주 기한이 끝나게 되면 조합원 물량 외에는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이 조합원이 보유했던 입주권은 좋은 향과 층으로 배치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다주택자의 경우 입주권 구입 시 주택 취득세 중과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단지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가운데, 그중에서도 대형 단지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서울에 3000가구가 넘는 대형 단지가 많지 않은 데다, 당분간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뛰어넘는 단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는 어렵기에 희소성 측면에서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경우 최초 분양가가 분양가상한제 영향으로 높게 형성되지 않았기에, 역전세나 급매물로 매매가가 낮아지는 입주장 여파도 없었다"며 "신축 아파트 선호와 맞물려 프리미엄이 붙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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