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정부가 중국산 철강 후판에 최대 38.02%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조선·건설 등 핵심 산업의 필수 소재인 후판의 저가 수입이 계속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20일 제457차 회의를 열고, 중국산 탄소강 및 합금강 열연강판 후판(후판)에 대한 예비 조사 결과 덤핑 행위와 이에 따른 국내 산업 피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무역위는 본조사 기간 중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7.91%에서 최대 38.02%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기업별로는 바오스틸 27.91%, 장쑤샤강 29.62%, 샹탄스틸·사이노 인터내셔널·샤먼 ITG 38.02%, 기타 공급자 31.69%의 예비 덤핑률이 적용될 예정이다.
덤핑 방지 관세는 해외 기업이 자국 내 판매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 제품을 공급해 피해를 유발할 경우, 이에 대응해 부과하는 조치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하기도 했다.
이번 무역위원회의 결정으로 업계에선 중국산 열간압연 후판의 공습을 저지할 실마리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국내 철강사들은 후판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면서 실적 하락에 시달려왔다. 실제 지난해 철강 3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현대제철은 60%, 동국제강은 56.5%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현대제철의 경우, 후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에 달해 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다.
중국산 후판에 30%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조선사와 건설사들이 비슷한 가격에 고품질인 국산 후판을 선택하기 때문에 철강사들의 숨통이 트인다는 얘기다.
반면 조선·건설업계는 후판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중소 조선사들의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산 후판을 주로 사용하는데, 그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반덤핑 관세 조치로 중국산 후판 가격이 높아질 경우 중소형 조선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건설업계 역시 판 가격 인상이 결국 원자잿값 인상을 초래해 공사비 증액 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중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도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철강 산업을 지키려고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은 우리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해 제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무역위원회는 이날 중국, 인도네시아, 대만산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 제품과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산 폴리프로필렌 연신(OPP) 필름에 대한 덤핑 방지 관세 부과 연장도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또 중국 및 일본산 열연강판의 저가 공급에 따른 국내 철강 산업 피해 여부를 본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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