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 10%를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이 평균 3.2%라는 점에서, 정부가 목표치로 세운 20%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PF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향후 목표로 제시한 시행사 자기자본비율 20%를 충족하는 사업장은 극소수"라며 "당장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사업 주체들이 아예 목표 달성을 포기할 것이고, 낮게 잡으면 정책의 의미가 퇴색되기에 적정값을 잡으면 10%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자기자본비율이 20% 이상인 경우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한 국토교통부의 정책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황 연구원이 규제와 인센티브의 기준으로 자기자본비율 10%를 제시한 근거는 KDI의 연구 결과에 있다. KDI가 2021~2023년 추진된 총액 100조원 규모의 PF 사업장 300여개를 분석한 결과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은 평균 3.2%였다. 예를 들어 100억원짜리 사업장이라면 시행사가 3억원만 들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얘기다. 황 연구원은 "당장 현실적인 목표를 10%로 잡고 상대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상업용 부동산이나 수도권은 기준을 좀 더 높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선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이 30~40% 수준이다. 다른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저자본·고보증'의 한국형 PF 구조가 저축은행과 레고랜드 사태 등 주기적인 위기 사태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며 매년 '4월 위기론'을 불러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토론회도 한국형 PF의 문제점과 구조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 다른 발제자인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이진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PF 자기자본 확충을 위한 에쿼티 금융시스템 구축, 통합 PF 통계 시스템 구축, 한국형 디벨로퍼 역량 강화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과 강준현 정무위원회 간사가 주최했으며,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주관했다. 학계와 금융권, 건설업계, 정부 관계자 등 수십명이 참석했다. 축사를 맡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40여년간 공직 생활 동안 우리나라의 많은 개발사업이 한국형 PF를 통해 탄생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취약한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구조로 추진될 수 있도록 여러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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