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통상 압박 완화와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외교전에 돌입했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내세워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 및 반도체·배터리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협의에 나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 투자와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해왔다는 것을 강조하며, 미국의 정책 변화로 인한 차별 우려를 적극 피력했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박종원 통상차관보는 2월 17일부터 20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백악관, 상무부, USTR(미국 무역대표부) 고위 관계자들과 잇따라 면담을 진행했다.
박 차관보는 이들 관계자들에게 "한국은 한미 FTA를 통해 이미 대부분의 품목에서 관세가 철폐된 국가이며, 미국의 통상 조치가 동맹국인 한국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미국이 추진 중인 추가 관세 조치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또 박 차관보는 미국 의회 주요 인사 및 싱크탱크 전문가들과도 접촉해 반도체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이 한국 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되지 않도록 협력을 당부했다.
실제 한국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단행하며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지만, IRA과 반도체법 보조금 등 대미 투자 기업에 대한 지원이 끊겨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미국의 무역·통상 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이날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관 대사대리를 만나 한미 경제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안 장관은 "한미 관계는 단순한 무역 파트너를 넘어 첨단산업과 기술 협력을 기반으로 한 경제 동맹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러한 협력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특히 반도체·배터리뿐만 아니라 조선·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근 한국 조선업이 LNG 운반선, 해양 플랜트 등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윤 대사대리는 "한미 동맹은 70년 이상 안보·경제 등 다방면에서 긴밀하게 유지돼 왔으며,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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