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초단기 근로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고용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고용주에게는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근로자에게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켜 '쪼개기 고용'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초단기 근로자는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를 말한다. 근로기준법상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근로자는 주휴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며,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의 의무 가입 대상자도 아니다. 퇴직금, 휴일수당, 연차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고용주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쪼개기 고용'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기존 아르바이트생 1명이 주 15시간을 근무했다면, 2명이 각각 7시간, 8시간을 근무하도록 해 주휴수당과 퇴직금 부담에서 벗어나는 식이다. 반면 근로자들은 초단기 근로자 수 증가를 일자리 불안정과 불확실성으로 연결짓는다. 주휴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받을 수 없을뿐더러 근로시간이 적기 때문에 임금 역시 적기 때문이다.
2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취업시간별 근로자' 연도별 통계를 살펴보면 대체로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된 해 전후로 초단기 근로자 수도 대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됐던 2018~2019년 초단기 근로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2018년은 최저임금 인상 폭이 역대 최고인 해였는데, 그해 최저임금은 전년(6470원) 대비 16.4%가량 오른 7530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생긴 일이었다. 그 해 초단기 근로자 수도 전년(96만명) 대비 14% 증가해 109만5000명이 됐다.
이듬해인 2019년 최저임금은 10.9% 오른 8350원이 됐는데, 그해 초단기 근로자 수 증가율도 두 자릿수를 보였다. 109만5000명에서 18.9%(20만7000명)가 늘어난 130만2000명이 된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의 질 저하가 관련 없다는 반박도 있다. 지난해 8월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지난해 11∼12월 사업체 3070곳과 근로자 5583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업체 10곳 중 8곳(79.93%)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변동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고용이 감소했다고 답한 사업체는 9.67%에 불과했다.
실제로 초단기 근로자 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최저임금 외에도 경기 침체, 전염병 등 다양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가 대표적인 예다. 코로나19 기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20년 2.87%(8350원→8590원) ▲2021년 1.5%(8590원→8720원)로, 최근 10개년(2015~2024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6.6%)을 크게 밑돌았다. 하지만 2020년 130만4000명이었던 초단기 근로자 수는 이듬해 151만2000명으로 약 15.9%(20만8000명) 뛰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은 탓으로 풀이된다.
팬데믹이 끝난 최근에도 초단기 근로자 수는 매해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을 경신 중이다. 경기 침체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으로 보인다. 초단기 근로자 수는 ▲2022년 157만700명 ▲2023년 160만명 ▲2024년 174만2000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초단기 근로자 수 증가를 '긱 워커'(Gig Worker) 문화 확산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긱 워커는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회성 일을 맡는 근로자를 이르는 말로, 배달에서부터 대리운전, 번역, 디자인 등 다양한 일자리가 이에 포함된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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