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결제일까지 사용 요금이 나가지 않는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한동안 외면 받았던 체크카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더 철저히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려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23일 여신금융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8개 카드사 발급 체크카드는 총 6288만1000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증가율은 ▲1분기 0.4% ▲2분기 1.5% ▲3분기 2.2% ▲4분기 2.6% 등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체크카드의 인기가 높아지는 사이, 신용카드의 성장세는 다소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지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후불형(신용카드)의 일평균 이용액은 2조69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용카드 이용액 증가율은 2022년 상반기 13.1%, 하반기 14.0% 등이었으나, 2023년에는 상반기 8.8%, 하반기 5.0%로 낮아졌다. 민간 소비 회복세 지연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같은기간 직불형(체크·현금카드)은 1.8%에서 3.3%로 상승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체크카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신용카드의 혜택이 강화되고 간편결제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카드사들은 높은 캐시백, 포인트 적립,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왔다. 반면, 체크카드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데다 할부 기능이 없어 고가의 물품을 구매할 때 지출 부담이 컸다.
체크카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과소비를 줄이고 부채를 피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6.8%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로 '과소비 방지'를 꼽았다. 이어 '연말정산 소득공제'(17.5%), '계획적인 소비 가능'(15.8%), '낮은 연회비 부담'(15.8%)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해당 조사는 카드고릴라 웹사이트 방문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1일부터 약 3주간 실시됐고, 총 3347명이 참여했다.
체크카드는 계좌 잔액 내에서만 결제가 가능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소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게다가 결제 즉시 잔액이 차감되므로 지출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이에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요노족'에게는 합리적인 소비를 실천할 수 있는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소득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요인이다.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은 15%인 반면, 체크카드는 30%가 적용돼 절세효과가 크다. 또 신용카드처럼 연체 이자가 발생하지 않고, 연회비가 없어 추가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외에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여행객을 중심으로 트래블 체크카드의 인기가 높아진 점도 체크카드 선호 현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해외 결제를 목적으로 한 이 카드는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해외 결제 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신용카드는 해외 결제 수수료가 붙고 환율 변동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트래블 체크카드는 사전에 외화를 충전해 두면 일정한 환율로 결제할 수 있어 환율 변동에 대한 부담이 적다. 해외 ATM 출금 및 결제 시 수수료도 면제된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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