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금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가 급증세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골드바 월 판매액은 지난달 기준 2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64억원 대비 4.3배 이상 폭증했다. 골드바에 대한 관심은 이달에도 지속되면서 지난 13일까지 406억원이 판매되는 등 역대 최고 기록을 매월 경신 중이다.
골드바 판매가 증가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금값이 급등해서다. 지난 21일 기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950달러로 1년 전 대비 44% 급등했다.
금 가격이 최근 들어 급등한 것은 작년 하반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재상승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 투자의 매력도가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터키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헤지 목적으로 금 매입을 지속하는 것도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해외 달러 자금이 서방에 의해 묶이는 상황을 전 세계가 목격하면서 달러를 금으로 바꿔 보유자산을 다변화하는 신흥국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미국 채권을 팔고 금 보유량을 크게 늘리면서 금 수요가 폭증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이 돈으로 금 보유량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세계적인 금리 하락으로 인한 투기성 자금 유입과 금 생산비 상승에 따른 공급부족 등도 금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금 가격 상승 추세는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온스당 3000달러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증가와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자금 유입으로 연말 금 가격이 온스당 3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리나 토머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수요가 월평균 50t에 달할 수 있다면서, 이는 예상치보다 많은 양"이라며 "미국의 관세 부과를 포함해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투기적 수요가 많아지면서 금값이 온스당 최고 3300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수요 증가와 투기성 자금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금 가격 역시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 조유리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금은 현물 취득 시 별도 보유세나 양도소득세가 없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며 "국내 금 가격도 글로벌 수급요인에 더해 환율 상승 영향 및 세제 혜택으로 인한 자산증대 효과까지 부각되면서 당분간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금 매수가 지속되는 한 금 가격의 우상향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라며 "단기적인 오버슈팅(고평가)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말까지 10%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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