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하며 경기 둔화를 예고했다.
지난해 11월 내놨던 1.9%보다 0.4%포인트 낮은 데다, 12·3 비상계엄 이후 중간점검 차원에서 제시한 1월 전망치(1.6~1.7%)보다도 낮춰 잡았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성장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는 가운데 한은도 그만큼 올해 한국 경제를 어렵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을 8월 2.1%에서 1.9%로 낮춘 바 있는데, 3개월 만에 다시 하향 조정했다. '1.5%'라는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전망치보다 낮고, 최근 성장률 전망을 낮춘 한국개발연구원(KDI·1.6%)보다도 보수적이다.
지난달 중간점검에서 한은이 전망한 1.6~1.7% 성장률에는 비상계엄과 탄핵 등 정국 불안 영향만 반영됐다. 추가경정(추경) 편성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경은 규모나 시기가 구체화되지 못해 이번 전망에도 반영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같은 조건에서 한 달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끌어내렸다는 것은 한국 경제 상황을 예상보다 더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더 낮춘 것은 그만큼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내수와 수출 모두 예상보다 부진한 것이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내수에서는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갉아먹은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비상계엄 이후 민간 소비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버텨온 수출 실적도 올해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증가율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도 성장률 전망을 보수적으로 판단한 이유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달 중간점검에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시기와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 집행 시기 및 규모,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전개 등 세 가지 조건에 따라 2월 전망치는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정치 불안이 올해 2분기를 지나도 이어지고, 트럼프 발 관세 압박이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경우,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은 1.8%로 지난해 11월 전망을 유지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는 2023년(1.4%), 지난해(2.0%)에 이어 4년 연속 잠재성장률(2%)을 밑돌거나 턱걸이하게 된다. 앞으로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보긴 힘들다는 의미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잠재성장률 하락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1.9%를 유지했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전월(1.9%)보다 올랐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갈수록 물가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한은 물가목표치(2.0%)를 하회할 것으로 판단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5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낮은 수요 압력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이후에는 목표 수준 근방에서 안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