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에 맞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PR) 주요 기술을 국산화한 이부섭 동진쎄미켐 회장이 25일 세상을 떠났다고 회사측이 전했다. 87세.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 서울대 섬유공학과(현 화학공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62년 대한사진화학공업사 연구실을 시작으로 1964년 한국생산성본부 기술부장을 거쳐 1967년 동진화학공업사(현 동진쎄미켐)를 창업, 화학 소재 개발에 평생을 바쳤다. 1973년 주식회사 법인으로 전환했을 때 자본금은 300만원이었다.
기초 소재는 고사하고 산업기반 자체가 전무했던 1960년대부터 인수·합병(M&A)이나 기술 이전이 아니라 원천기술 개발 원칙을 고집했다. 1968년 정밀화학의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최초로 발포제 독자 개발에 성공해 국산화 시대를 열었다. 발포제는 플라스틱과 합성고무에 기공을 만들어주는 첨가제로 ‘기초 소재의 쌀’로 불릴 정도로 필수 화학제품이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다. 1970년 발포제 제조법으로 특허를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후 공장 화재를 겪었고, 1980년 12월에는 2차 오일쇼크 와중에 부도를 맞아 1989년까지 법정관리에 놓였다. 그 와중인 1983년 반도체를 외부 충격과 오염에서 지켜주는 봉지제인 EMC(Epoxy Molding Compound)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반도체 소재에 관심을 쏟았고 포토레지스트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발포제를 팔아 번 돈을 몽땅 PR 개발에 쏟아부었다.
모교인 서울대 섬유공학과와 산학협동 연구로 장학생 2명을 선발해 본격적으로 개발에 돌입, 1989년 10월 국내 최초, 세계 네 번째로 PR 개발에 성공했다. 1990년에는 첫 제품을 삼미전자에 판매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디스플레이용 PR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94년에는 삼성전자에 4메가 디램용 PR을 납품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G-라인(436nm), I-라인(365nm), 불화칼륨(KrF) PR(248nm),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193nm) 개발에 성공했다.
2014∼2017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으로 일했다. 한국공업화학회 회장, 한국엔지니어클럽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공학기술상, 산업자원부 금탑산업훈장, 한국벤처창업대전 대통령 표창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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