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담당자 중 퇴사한 분이 많아 이메일을 못 찾았고 증빙자료도 없다." "애플 본사에 요청해 보겠다." "정확히 모르겠다." "고객 신용점수(NSF) 같은 위험정보 제공 여부는 카카오페이나 알리페이가 책임진다."
한국 이용자 4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중국 알리페이에 넘긴 애플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질의에 내놓은 답변들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8일과 22일 진행한 전체회의 속기록을 25일 공개했다. 170쪽 분량의 속기록 곳곳에 애플이 한국 고객의 개인신용정보 유출에 관해 '무지'와 '남 탓'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기계적인 답변과 황당한 변명들 뿐이다. 국내 고객 동의 없이 신용정보를 알리페이에 넘긴 혐의로 과징금 24억500만원과 과태료 220만원 처분을 받은 업체의 태도라기엔 그 오만함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심지어 애플은 한국법인인 애플코리아가 아니라 국내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관계자를 대리인 자격으로 위원회에 출석시켰다.
애플의 이런 무례한 태도는 처음이 아니다. 애프터서비스(AS) 정책, 앱스토어 수수료 문제 등이 불거졌을 때도 한국 소비자들에게 차별적 태도로 일관했다. 미국, 유럽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 보호 규정을 철저히 지켰지만 한국에서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금융당국의 '뒷짐'이 애플의 오만함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많다. 바로 형평성 논란이다. 국내 기업들은 규제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하지만, 애플과 같은 해외 기업들은 이를 회피하며, 조사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한다.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타국 기업과 공유하면서도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은 심각한 문제인데도, 한국 실정법상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그들에게 빠져나갈 길을 터 주었다.
IT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개인정보 유출 문제 소지가 있는 해외 금융사를 적극적으로 규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애플페이 도입 후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줄일지 지켜보겠다'는 금융위원장의 입장은 너무 미온적"이라고 꼬집었다. 2년 전에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을 승인할 때 제대로 안 들여다본 소극적 자세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애플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과 신뢰를 보여야 한다. 모든 시장에서 공정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펼치는 글로벌 기업의 첫걸음은 한국 고객을 존중하는 태도다. 더불어 금융당국은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 더이상 애플이 무례한 태도로 한국 소비자를 기만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제재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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