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율 관세 부과를 시작하기도 전에 한국 수출 실적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달 주력 산업인 반도체 수출이 1년 4개월 만에 내림세로 전환됐다. 이런 상황에서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반도체 수출은 96억 달러로 지난해 2월보다 3.0% 줄었다. 반도체는 지난 1월까지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다가 16개월 만에 하락으로 전환했다.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으로 이어지던 수출액 100억 달러선도 무너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의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범용 메모리 반도체 고정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DDR5 16Gb(기가비트), DDR4 8Gb, 낸드 128Gb 가격은 각각 지난해보다 7.5%, 25%, 53.1% 떨어졌다.
수출은 사실상 뒷걸음질쳤다. 총수출액은 1년 전보다 1% 증가한 526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실제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은 지난해 2월 대비 5.9% 감소한 23억 9000만 달러로 떨어졌다. 올해 수출 둔화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한국에도 적용되고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밀어내기식 저가 수출이 심화하면 국내 수출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관세에 대응하려고 자동차와 같은 핵심 산업의 현지 투자와 생산을 늘리면 국내 수출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 이후 반도체의 반등 수준이 올해 수출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올 수출 실적 좌우할 것”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4일로 예고한 중국 10% 추가 관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도 국내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합성 마약인 펜타닐이 미국에 유입된 데에는 중국, 캐나다, 멕시코의 책임이 있다면서 “이 재앙이 계속 미국을 해치게 할 수 없다”며 “그것이 중단되거나 크게 제한될 때까지 3월 4일 예정으로 제안된 관세(멕시코·캐나다 대상 25%)를 예정대로 발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도 같은 날(3월 4일)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중 추가 관세는 제품 가격을 상승시켜 미국 내 정보통신(IT)·가전 소비를 줄게 하고 이는 중국 내 생산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로까지 연쇄 반응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1330억 달러(약 195조원) 중 85.86%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을 포함한 중간재다.
●한국 기업 들 사업 전략 대응 나서
생산 기지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있어 ‘관세 날벼락’을 맞게 된 국내 기업들은 사업 전략을 수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 공장과 TV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가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건조기 등 일부 물량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에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게 대표적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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