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은 쿠팡, 네이버쇼핑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이소가 건기식 시장에 진출하자 약사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대웅제약, 일양약품, 종근당건강 등이 다이소에 입점했으나, 약사단체의 강한 압박으로 일양약품은 출시 닷새 만에 철수했고, 나머지 기업들도 판매 중단을 검토 중이다.

건기식의 유통채널 확대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이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소비자 보호, 판매 전문성, 약국과의 상생 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건기식 유통 다변화는 이미 가속화되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소비자 편의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이소는 지난 2월 24일부터 전국 200여 개 매장에서 대웅제약, 일양약품, 종근당건강 등의 건기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종합 비타민, 오메가-3, 루테인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은 3,000~5,000원대에 형성됐다. 이는 약국에서 판매되는 동일한 성분의 제품보다 5배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초저가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약사들은 "가격만 보고 제품을 구매하면 소비자가 품질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이소는 생활용품점으로, 약국과 달리 전문적인 상담 없이 제품이 판매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약사들은 "건강과 직결되는 제품을 소비자가 충동적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약사들의 반발… 제약사 철수로 이어져

대한약사회와 지역 약사회들은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제약사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약사들은 "제약사들이 약국을 외면하고 초저가 정책을 앞세운 생활용품점과 손을 잡으면 결국 약국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일부 제약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반발에 부담을 느낀 일양약품은 출시 닷새 만에 전격 철수했으며, 나머지 제약사들도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건기식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 사례"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건기식이 온라인에서는 자유롭게 판매된다는 점이다. 쿠팡, 네이버쇼핑 등에서는 수많은 브랜드의 건기식이 거래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제품 정보를 비교하고 후기를 확인한 후 구매할 수 있다. 반면, 다이소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판매는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는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상담 없이 충동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라인 건기식 시장은 이미 거대하기 때문에 약사들이 문제 삼기 어렵지만, 다이소처럼 오프라인에서 판매될 경우 약국과의 직접적인 경쟁이 발생하기 때문에 반발이 더 거센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는 선택권 확대 환영…건기식 유통 규제 완화 논의 필요

소비자들은 건기식 판매 채널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 소비자는 "건기식은 약이 아니라 식품인데, 왜 꼭 약국에서만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생활용품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제품 성분과 효과를 잘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아, 전문가 상담 없이 쉽게 살 수 있는 것은 문제"라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건기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유통 채널 확대 논의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건기식 유통 다변화는 긍정적이지만, 소비자들이 제품의 효과와 부작용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과 상담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건기식이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무분별한 유통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통업계 관계자는 "약국의 독점적 유통 구조를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건기식 유통에 대한 제약사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초저가 판매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는 있지만, 기존 유통 채널과의 마찰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건기식은 일반의약품이 아닌 만큼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품질 관리와 정보 제공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약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유통 전략이 필요하며, 단기적인 매출 확대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건기식 유통 채널의 확대가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건기식은 일반의약품과 달리 판매 제한이 크지 않지만,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충분한 정보 제공과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건기식이 더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판매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국과 유통업체, 제약사, 소비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이번 논란이 건기식 유통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