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이 오는 12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국가별 관세 면제 및 예외 조치를 폐지하고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25%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추가로 10%포인트를 인상한 2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사실상 중국산 저가 철강의 유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중국 제품이 제3국을 거쳐 우회 수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제3국의 반덤핑 및 세이프가드 규제 강화로 한국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 조치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재 미국 내에서 소비되는 중국산 철강은 51만t으로 전체 철강 수입량의 1.8%에 불과하며, 이미 중국산 철강에 대해서는 35%의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중국산 철강 자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미국은 중국산 반제품 철강이 멕시코, 베트남 등을 거쳐 완제품 형태로 유입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가 자국 내 철강 수요를 저렴한 중국산 철강으로 충당한 뒤, 자체 생산한 철강 제품을 높은 가격에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철강 수입국인 캐나다(1위), 멕시코(4위), 베트남(6위)은 모두 중국의 철강 수출국 상위권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미국이 철강 수입량이 많은 국가들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결국 중국의 철강 수출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중국은 직접 수출이 어려운 미국 시장 대신 제3국을 경유한 우회 수출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도 중국과 함께 조사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튀르키예(주석도금강판, 냉연강판, 도금강판, 컬러강판), 말레이시아(주석도금강판), 베트남(아연도금강판) 등에서 진행된 반덤핑 조사에서 한국이 중국과 함께 조사 대상국에 포함된 전례가 있다. 중국산 철강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튀르키예 등을 통해 유입되면서 이들 국가의 수입 규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EU도 2026년 6월 만료 예정인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 체계를 논의 중이며, 향후 쿼터 축소 및 수입 규제 강화 가능성이 높아 한국의 대(對)EU 철강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외교적 대응이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는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를 넘어 글로벌 철강 시장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의 우회 수출이 확산되기 전에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철강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외교적 전략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안덕근 장관이 워싱턴 D.C. 미국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해 미국 측에 관세 조치 면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이날 협의에서 양국 조선 협력에 관해 논의하고 관세 조치에 관한 실무 협의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다만 러트닉 장관은 한국의 협력을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하면서도 대한국 관세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