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개인이 과거 경험한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국내 부동산 수요를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원 체감 물가 영향이 컸다. 공급측 요인이면서 변동성이 심한 비근원 경험 인플레이션보다는 장기적이고 수요측 요인인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에 의해 주택 수요가 움직였다는 얘기다. 가구 특성별로는 주로 30대 이하, 남성, 기혼, 4인 이상 가족, 총자산이 작은 가구를 중심으로 '집 사서 물가 상승에 대응하는 움직임'(주택 인플레이션 헤징)이 나타났다. 높은 경험 인플레이션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근원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두고 물가 안정에 힘써야 함을 시사한다.
한국은행은 4일 'BOK 경제연구-인플레이션 경험이 주택 수요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상승할 때 전국 기준 자가주택 소유 확률이 6.0%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 상승이 자가주택 소유 확률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젊은 연령일수록 경험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자가주택 소유 확률이 높았다. 그는 "가구주 연령별로는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라 10대·20대·30대의 자가주택 소유 확률이 의미 있게 증가했다"며 "이들은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상승할 때 자가주택 소유 확률이 7.4%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이 경험 인플레이션 상승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남성은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상승할 때 자가주택 소유확률이 8.0%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혼 여부별로는 기혼일수록 영향이 컸다. 기혼 가구주는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상승할 때 자가주택 소유확률이 9.0%포인트 뛸 것으로 관측됐다.
가족 규모별로 보면 '4인 이상'이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가족 규모가 클수록 경험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라 자가주택 소유 확률이 증가한단 얘기다. 가족 규모는 추정 가능성 기준으로 3인 이하, 4인 이상으로 분류했다. 총자산은 작을수록 영향이 컸다. 최 연구위원은 "총자산이 작아 고가의 주택을 구입하기 쉽지 않은 가계일수록 인플레이션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주택 소유 확률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총자산 1, 2분위는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 1%포인트 상승 시 자가주택 소유확률이 16.6%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대로 총자산이 많을수록 자가주택 소유 확률이 하락했다. 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다주택자 주택구입 제한, 무주택자 자가주택 소유 장려 정책 등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경험에 따라 총자산이 많은 가계의 자가주택 소유 확률이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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