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정부가 '첨단전략산업기금' 규모를 50조원으로 확대하고 반도체, 인공지능(AI), 이차전지, 방위산업 등 첨단산업 지원에 나선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인해 글로벌 무역전쟁 치열해지는 점을 고려해 기금 규모를 늘리고, 지원 대상도 유연성 있게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이달 중 제출하고, 연내 국내 기업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방안'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기금 규모를 5년 동안 최대 50조원으로 확대했다. 정책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에 만들어진 반도체금융지원 프로그램(17조원)을 첨단전략산업기금과 합치기로 했다. 올해 반도체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산업은행에서 집행하고, 남은 2년분(12조7500억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으로 통합해서 동일한 조건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기금 재원은 기본적으로 정부보증채로 조달한다. 여기에 산은 자체 재원을 활용한 기금 출연도 재원에 포함된다. 현재 반도체 초저리 대출의 경우 최저금리를 정부보증채보다 낮은 국고채 수준으로 지원하고 있으므로, 2차 보전적 성격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은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방산, 백신, 로봇, 수소, 미래차, AI 등 첨단산업에 특화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을 보유한 AI, 백신, 수소, 미래형 이동수단 등의 업종도 추가된다. 또 앞으로 경제안보에 필요한 산업이라고 판단되면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추가로 업종을 지정할 계획이다.

지원 방식을 다양화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저리대출 외에 지분투자, 후순위 보강, 대출 보증 등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가령 지분투자는 반도체 팹이나 방산의 유지보수운영(MRO), 야드를 신설할 경우 지원 기업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할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첨단전략산업기금이나 또는 기금이 출자한 펀드에서 일정 수준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방산 업종의 경우 조원 단위의 글로벌 수주 경쟁이 치열한 만큼 첨단전략산업기금을 통해 구매국에 금융패키지를 지원한다.

기업들은 첨단전략산업기금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모 산업부 산업정책 과장은 "기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기업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첨단산업 특화단지, 개별 기업들의 저리대출, 2월 산업부 산업투자전략회의에서 발표한 투자 프로젝트 등을 고려하면 수요가 충분히 많다"고 말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은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심의회를 통해 운영할 계획이다. 정책금융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면책 조항도 명시하기로 했다. 기금운용심의회를 토대로 자금을 지원한 경우로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면책하도록 법률에 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기금을 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산업은행법 개정이다. 산업은행이 기금을 신설하려면 법 개정과 정부보증동의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3월 중 법 개정안과 보증동의안을 처리하면 연내 지원 기업이 탄생할 전망이다. 만약 법 통과가 늦어지면 정책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강기룡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3월 중에 법안하고 보증동의안을 바로 제출할 예정이고, 여야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법안과 보증동의안이 통과돼 가급적이면 연내에 실제 지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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