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 숙원인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GA업계는 올해 금융당국과 소통해 1분기 내 입법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당국이 GA 육성보다는 규제에 방점을 찍고 있어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보험판매전문회사는 보험계약 체결을 대리만 하는 기존 GA와 달리 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회사다. GA가 일정 조건을 갖추고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되면 금융사 수준의 역할과 책임이 부여된다. 대신 보험사를 상대로 사업비·수수료 등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GA업계가 2008년과 2015년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보험사 반발로 무산됐다.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이 다시 급물살을 탄 건 지난해 8월부터다. 당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보험업권 간담회에서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GA업계가 환호했다. 이후 한국보험대리점협회(보험GA협회)가 정부와 협의해 올해 1분기 안에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을 위한 입법을 완료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다.
GA업계는 금융당국이 최근 규제 일변도 정책만 내놓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업계가 주로 지목하는 건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추진중인 GA 판매수수료 개편안이다. 판매수수료는 보험사가 GA에 신규 고객을 모집한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이다. 기존엔 1~2년 내 선지급으로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3~7년으로 분할 지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보험 고객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유인을 준다는 취지지만 업계에서는 지나친 간섭이라고 반발한다. 보험GA협회 관계자는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내부통제 강화나 보험사의 GA 관리·평가체계 도입 등 여러 규제책에 대해서는 큰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업계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판매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해 업계 현안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GA업계는 일선 영업현장에서의 부적절한 광고와 일부 불완전판매 등 자성할 측면은 있지만 GA가 보험업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알맞은 육성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500인 이상 대형 GA 설계사수는 2022년 17만8755명에서 지난해 20만8718명으로 증가했다. 중소형 GA를 합치면 설계사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8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보험판매 채널 영향력도 보험사에서 GA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생명보험사 신계약에서 GA 판매 비중은 2018년 24%에서 2022년 41.3%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는 42.9%에서 53.6%로 과반을 넘어섰다. 한 대형 GA 관계자는 "GA는 이미 보험산업에서 하나의 큰 축인데 그동안 보험개혁회의나 실무반회의 등 보험업권 현안회의에서 그에 걸맞은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았다"면서 "업계 의견에 더 귀 기울이고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 논의도 서둘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GA업계는 금융당국의 판매수수료 개편에 대한 항의성 의사표시로 최근 '삼성생명 보이콧'을 추진하기도 했다. GA 소속 설계사가 삼성생명 보험상품을 판매하면 인센티브 지급을 1년 늦추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선 현장에서 삼성생명 보험을 팔 유인이 줄어든다. 국내 1위 생보사인 삼생생명이 판매수수료 개편안 반대에 나서달라는 GA업계의 압박이었다. 덩치가 커진 GA업계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삼성생명 보이콧을 실제 적용한 GA는 없지만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보이콧 확대 가능성은 남아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보험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GA가 갑이고 보험사가 을"이라며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도입되면 대형 GA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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