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후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석유류 물가를 끌어올렸다.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가공식품과 외식물가도 뛰었다. 다만 농산물은 기저효과로 전년보다 물가가 소폭 떨어졌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2.0% 상승했다. 지난 1월(2.2%)에 이어 2개월째 연속 2%대 상승률이 이어진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1.3%), 11월(1.5%), 12월(1.9%) 등 3개월 연속 1%대를 이어가다 새해 첫 달(2.2%) 2%대로 반등했었다.
석유류는 1월(7.3%)에 이어 2월에도 6.3%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휘발유(7.3%), 경유(5.3%) 등이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통계청은 환율 상승에 따라 지난 1월까지만 해도 1.0% 상승에 그쳤던 석유류 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 심의관은 “작년 이 시기와 비교해 국제유가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며 “지난해 2월 1331원이었던 환율이 올해는 1447원으로 오른 데다가 (전년 동월과 비교해) 유류세 인하분이 축소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석유류가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공업제품은 전년보다 2.0% 상승했다. 석유류는 각종 공업제품은 물론, 에너지 물가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가공식품 물가는 2.9% 상승해 2024년 1월(3.2%)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통계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빵, 커피 등 주요 가공식품이 출고가를 인상한 데다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이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외식물가도 전년 동월보다 3.0% 상승했다. 일부 외식업체에서 배달 유무에 따라 가격대를 다르게 적용하는 이중가격제 영향 등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주로 원재료를 수입해와서 생산하는데 최근 이상 기후 현상과 재배 면적 감소 영향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른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식업체의 경우 인건비 인상 등에 따른 경영 부담도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다만 외식제외 서비스 물가는 1월 설 연휴가 끝나면서 여행 비수기를 맞아 2.9% 올라 1월(3.5%)과 비교해 상승폭을 줄였다.
농·축·수산물(1.0%)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았다. 특히 농산물은 전년 동월보다 1.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었던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과실 물가도 기저효과 영향으로 5.4% 내렸다. 통계청은 정부가 적용한 할당관세 영향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하락을 상쇄한 점도 일부 있다고 분석했다. 과실 가격이 하락하면서 생선, 채소, 과일 등을 아우르는 신선식품 지수도 1년 전보다 1.4% 하락했다. 2022년 3월(-2.1%) 이후 35개월 만에 첫 마이너스다.
하지만 일부 품목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뛰면서 불안정한 모습도 나타났다. 축산물(3.8%)과 수산물(3.6%)은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수산물은 2023년 8월(6.0%) 이후 18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작황 부진으로 무(89.2%)와 배추(65.3%), 당근(59.6%) 물가는 전년보다 크게 뛰었다. 김 또한 33% 올랐다. 통계청은 과실 물가 또한 지수 자체가 낮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체감 물가와의 차이가 작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6% 올랐다. 지난해 7월(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도 2.3% 올랐다.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추세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지난 1월 1.9%에 이어 2월에도 1.8% 상승하는 데 그쳐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기획재정부는 “향후 물가는 환율과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체감물가 안정 등 확고한 물가 안정 기조 장착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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