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최근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에서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주식 패시브 자금이 늘면서 환율 변동성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증권자금 유출입 모니터링 시 환율 변동성 지표에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6일 BOK 이슈 노트 '최근 미국 뮤추얼펀드 국내 증권투자의 주요 특징 및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 대용 자료로 투자전략, 환 헤지 형태, 보유채권 표시통화 등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미국 뮤추얼펀드 데이터를 활용했다.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 뮤추얼펀드 잔액(채권+주식)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50억달러다. 이는 우리나라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총액의 15% 수준이지만 투자자금 증가 폭, 증감액 흐름 등이 유사해 미국 뮤추얼펀드 데이터를 통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투자행태를 유추할 수 있다.
최근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주식자금을 중심으로 순유출되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은 미국 뮤추얼펀드의 국내 증권투자 추이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미국 뮤추얼펀드의 국내 증권투자는 2019년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유출입 폭이 커졌으며 가치평가 효과를 제외하면 대체로 감소했다. 다만 이는 미국 뮤추얼펀드의 전체 해외투자 감소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자금 유출입의 글로벌 리스크 민감도는 자산가치 변동을 제외할 경우 과거보다 높아지지 않았다. 주목할 부분은 대부분 환 헤지 없이 투자되는 주식 패시브 자금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식·채권 패시브 자금은 미국 뮤추얼펀드 국내 증권투자 잔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조상흠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해당 자금이 글로벌 환율 변동성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증권자금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 시 환율 변동성 지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이후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면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자금 가운데 환 헤지가 이뤄지는 채권 패시브 자금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원·달러 환율과의 관계 약화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주식 패시브 자금 비중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서, 향후 자금 유출입과 환율 간 상관도는 각 자금의 상대적 증감 폭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조 과장은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WGBI 편입은 외화자금시장 수급 불균형 완화, 국고채 금리 하락 등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는 "국고채 가격 고평가로 회사채 등 다른 채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면 국내 기업 등의 자금조달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미국 뮤추얼펀드가 달러화 등 기축통화 표시 채권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원화 발행 회사채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는 데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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