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특판 물량을 포함하면 하루 최대 골드바 약 1000개가량을 제작합니다. 보통기업에서 선호하는 제품은 3돈 골드바 제품으로 현재 시가 기준 금액으로는 약 21억원 어치 정도 되겠네요.”
금 투자 열풍이 거센 가운데 지난 5일 골드바 제작 현장을 직접 찾았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금이 다시 안전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변하지 않는 금의 가치를 증명하듯 골드바 제작 현장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귀금속 시장의 중심,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는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투자 목적으로 금을 찾는 고객들로 붐볐다. 특히 골드바를 직접 제작하는 삼성금거래소 공장에는 하루 최대 1000개의 골드바가 제작되고 있었다. 기업 특판 물량이 포함된 이 규모는 3돈(약 11.25g) 골드바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1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로변 옆 좁은 골목 안 조금은 낡은 듯 오래된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건물 내부는 삼엄한 보안 속에서 금이 보관되고 있는 철저한 통제 구역이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눈앞에는 황금빛 풍경이 펼쳐졌다. 곳곳에 보관된 금 조각과 작업대 위에 놓인 순금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 조각들도 다시 녹여 골드바로 만듭니다. 순금 제품은 중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조각까지 활용해 무게를 맞추죠.”
한쪽 작업대에서는 직원들이 정밀 저울을 이용해 액세서리용 순금 목걸이와 반지의 중량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금값이 폭등하면서 액세서리보다는 투자용 골드바와 황금열쇠, 거북이 모양의 순금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금거래소는 늘어나는 골드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내달 신규 공장으로 확장 이전을 앞두고 있는 상태기도 하다.
공장 내부에서는 ‘푸른 뱀 골드바 1g’ 제품의 마지막 제작 과정인 금형을 각인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는 을사년을 기념하는 제품으로 최근 금값 상승에 따라 1g 골드바 가격도 20만원에 달하면서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아졌다. 심지어 0.1g짜리 초소형 골드바까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골드바 제작은 정교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먼저 900g 짜리 고순도 금을 롤러기에 넣어 압연과정을 통해 얇고 평평하게 펼친 뒤 유압프레스로 규격에 맞게 절단한다. 이후 정밀 저울로 무게를 측정하며 오차를 확인하고, 무게가 초과될 경우 칼로 깎아 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각각 맞춤 금형을 도장 찍듯 넣어주면 비로소 골드바 제품이 완성된다.
모든 과정에서 금 조각과 부스러기들이 나왔지만 단 한 조각도 버려지는 것은 없었다. 모두 재활용되어 새로운 골드바로 태어난다.
공정을 총괄하는 공평호 부장은 직접 미세 중량을 조정하는 시범을 보였다. 그는 “금은 고가의 제품이고 중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저울도 소수점 세 자리까지 정확히 책정한다”며 “금은 무른 성질이기 때문에 압연작업 시 두께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어 미세 중량조정은 필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공장 내부에서는 모든 금의 무게를 철저하게 기록하고 관리했다. 이 곳에서는 곳곳마다 금이 흔히 올려져있는 것 같았지만 금 조각 하나라도 없어진다면 그날 전 직원의 퇴근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공 부장은 “출근과 퇴근 시마다 재고를 체크하는데, 무게가 맞지 않으면 전 직원이 퇴근할 수 없다”며 “바닥에 떨어진 작은 조각 하나까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직원들이 금 조각을 다룰 때 조심스러움이 엿보였다.
마지막으로 자투리 금을 녹여 새로운 골드바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사기그릇에 금 조각을 담고 금의 녹는점인 1064도의 고열을 가해 빠르게 녹였다. 액체가 된 금을 카본 틀에 부어 모양을 잡고 찬물에 담가 빠르게 식히자 얼굴이 비칠 정도로 반짝이는 순금 덩어리가 완성됐다.
삼성금거래소는 다음 달 새로운 공장으로 확장 이전하며 100g, 1kg 등의 고중량 골드바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라인을 보강할 계획이다.
삼성금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기업 특판 입찰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골드바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금값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용 골드바 수요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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