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협력업체들이 납품 여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이미 출하를 중단했으며, 사태 추이에 따라 추가적인 납품 중단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부도 상태는 아니지만, 회생절차 돌입이 확정되면서 협력업체와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현재까지 상당수 협력업체는 제품 납품을 지속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상황을 주시하며 출하를 보류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를 경험한 업체들 사이에서는 회생절차 진행에 따라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LG전자·CJ제일제당·오뚜기 등, 납품 중단 잇따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날 기준 홈플러스에 제품 출하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주요 식품업체들도 납품을 재검토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롯데웰푸드, 동서식품 등 일부 업체는 이미 납품을 중단했거나 중단을 검토 중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오늘부터 제품 출고를 중단했다"며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대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아 일부 품목 출고를 멈췄다"며 "정산 일정이 불확실하면 다음 주부터는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대금 지급 일정을 협의 중"이라며 "만약 티몬·위메프 사태처럼 대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면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납품사 달래기 총력…“상거래 채권 정상 지급”
홈플러스는 협력업체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금 지급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법원의 회생 개시 결정문에 따라 일반 상거래 채권은 3월 4일을 기준으로 이전 발생분은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할 계획"이라며 "4일 이후 발생하는 대금은 납품사와의 계약에 따라 정상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회생절차 개시 이후 자금 지출이 법원 보고 사항이 되면서 협력업체들의 대금 지급 일정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홈플러스 매장에서 영업하는 일부 임대 점주들도 대금 미지급 문제를 겪고 있다. 한 점주는 "1월 매출에서 홈플러스 수수료를 제외한 2000만 원을 4일에 받아야 했지만, 아직 지급받지 못했다"며 "홈플러스 매장을 사용하는 점주들은 전 지점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소 협력업체, 더 큰 타격 우려…납품 중단 ‘눈치 게임’
납품업체들 사이에서는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 한 업체가 납품을 중단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업체들도 납품을 멈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협력업체들은 현재 납품을 계속할지 여부를 두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며 "대형·중견기업보다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대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납품 중단이 확산될 경우, 홈플러스 매장의 상품 구색이 줄어들면서 고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상품이 줄어 고객이 이탈하면 홈플러스의 현금 창출 능력이 악화되고, 결국 정산 지연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제한…유통업계 불신 확산
이 같은 불안감은 상품권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날 신라면세점, CJ푸드빌, 에버랜드 등 홈플러스 상품권 제휴사들은 변제 지연을 우려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제한했다.
상품권은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돼 정상적으로 거래 가능하지만, 유통업계 전반에서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선제적인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협력업체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며 납품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의 불안감이 크지만, 당사는 매장 정상 운영과 상거래 채권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납품 중단이 없도록 협력사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