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지난 1월 경상수지가 29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다만 역대 세 번째 흑자 기록을 세운 지난해 12월에 비해선 규모를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였다. 연말 효과가 제거된 데다 연초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축소되는 계절 효과, 설 연휴에 따른 조업 일수 감소 등이 영향을 줬다. 지난해보다 눈높이를 낮춘 올해 경상수지 750억달러 흑자 전망 달성을 위한 출발로는 무난하단 평가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1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29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3년 5월 이후 21개월 연속 흑자다. 전월 123억7000만달러 대비로는 규모를 크게 줄였으나 지난해 같은 달 30억5000만달러와 비교하면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송재창 한은경제통계1국 금융통계부장은 "통상 연말 수출 집중에 따라 나타나는 연초 기저효과로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축소된 데다, 긴 설 연휴에 따른 조업 일수 감소 영향이 더해지면서 흑자 폭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경상수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에서 흑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지난 1월 상품수지는 25억달러 흑자에 그쳤다. 전월(104억3000만달러)과 전년 동월(43억6000만달러) 대비 모두 줄었다.
수출은 498억10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1% 감소했다. 상품 수출은 2023년 10월 이후 15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반도체, 컴퓨터 등 일부 IT 품목의 증가세는 이어졌으나 석유제품, 승용차와 같은 비IT 품목의 감소 폭이 커지면서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1월 석유제품 수출은 통관기준으로 34억2000만달러에 그치며 전년 동월 대비 29.2% 급감했다. 승용차 수출 역시 설 연휴 등으로 월말 5영업일 휴업이 이뤄지면서 48억3000만달러에 그치며 19.2%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102억2000만달러로 7.2% 늘었으나 두 자릿수 상승률이 이어지던 지난해에 비해선 상승 폭을 줄였다. 지난해 연간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42.8% 급증했다.
수입은 473억1000달러로 6.2%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본재 증가율이 둔화하고 소비재도 줄면서 1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지난 1월 원자재 수입은 통관기준으로 253억6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9.8% 줄었다. 석탄이 12억3000만달러로 35.5% 급감했고 가스(-20.2%), 화공품(-11.4%), 원유(-5.5%), 석유제품(-2.8%) 등도 줄었다. 자본재는 177억9000만달러로 0.9% 증가에 그쳤다. 수송 장비가 11억6000만달러로 24.9% 증가하고, 반도체가 61억4000만달러로 8.3% 늘었으나 정보통신기기가 24억5000만달러로 8.5% 감소했고 기계류·정밀기기도 51억8000만달러로 3.8% 줄었다. 소비재는 78억5000만달러로 10.3% 줄었다. 곡물(-22.7%)과 비내구소비재(-10.5%), 승용차(-8.2%), 직접소비재(-7.2%) 등이 감소했다.
여행·운송수지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수지는 20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는 16억8000만달러 적자로 전월(-9억5000만달러)과 전년 동월(-15억1000만달러) 대비 적자 폭을 키웠다. 겨울방학으로 해외여행이 성수기를 맞은 데다 긴 설 연휴 영향까지 더해지며 출국자 수가 증가했다. 운송수지는 선박 용선료 등 운송 지급이 줄면서 5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전월(1억9000만달러), 전년 동월(3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을 키웠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26억2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매년 통상 말월에 나타나는 증권 투자 배당 수익 확대 영향이 사라지면서 전월(47억6000만달러) 대비 흑자 폭이 줄었다. 그러나 순대외금융자산의 꾸준한 증가로 이자와 배당소득 늘면서 전년 동월(16억9000만달러)과 비교하면 흑자 규모를 키웠다. 이전소득수지는 1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융계정 순자산은 37억2000만달러 늘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9억4000만달러 감소한 반면 외국인 국내 투자는 12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25억5000만달러 증가한 반면 외국인 국내 투자는 역시 주식을 중심으로 2억9000만달러 줄었다. 파생금융상품은 10억2000만달러 늘었다. 기타투자는 자산이 현금 및 예금을 중심으로 15억4000만달러 증가했고 부채는 기타부채를 중심으로 49억7000만달러 늘었다. 준비자산은 45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2월에는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송 부장은 "통관 기준 무역수지가 지난 1월 18억6000만달러 적자에서 2월 43억달러 흑자로 돌아섰다"며 "경상수지 기준으로도 2월 상품수지 흑자 폭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750억달러로 전망, 지난해 11월 전망(800억달러) 대비 눈높이를 낮췄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통상정책 불확실성 우려가 반영됐다. 아직 한 해의 시작인 1월 결과가 나왔을 뿐이나, 이 같은 출발은 눈높이를 낮춘 전망치를 충족하는 덴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송 부장은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흑자 규모가 지난해(990억달러) 대비로는 축소될 걸로 예상되나, IT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모습이 예상된다"며 "다만 중국제품 글로벌 공급시장 확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 등으로 비IT 부문은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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