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금리가 2%대로 낮아지며 은행으로부터 자금이 이탈하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은 되레 자금이 모여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월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NH농협은행과 제휴를 끝내고 KB국민은행과 손잡으면서 빗썸을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코인 투자자들이 KB국민은행으로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한 달 새(1~2월) 1조원이 넘는 요구불예금이 유입되고, 계좌 수도 평소 대비 3~4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2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은 152조5035억원으로 전월(150조8885억원) 대비 1조615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중은행에서 요구불예금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5조173억원) ▲신한은행(-17조7121억원) ▲하나은행(-1조5696억원)에서는 적게는 1조원, 많게는 18조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요구불예금은 은행에서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예금으로,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저금리 기조에 예·적금금리가 2%대로 낮아지면서 더 나은 투자처를 찾기 위한 머니무브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으로 1조원이 넘는 요구불예금이 유입된 것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1·2위를 다투는 빗썸과의 제휴 효과로 분석된다. 그동안 빗썸 고객들은 NH농협은행 계좌로만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있었다면, 오는 24일부터는 KB국민은행 계좌로만 빗썸 거래가 가능하다. 이에 KB국민은행은 1월20일부터 KB국민은행 계좌를 사전에 등록할 수 있는 '사전 오픈 서비스'를 실시해왔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빗썸 거래를 위한 '사전 오픈 서비스'를 실시한 1월20일 이후로 신규 개설된 계좌 수는 크게 늘었다. 사전 오픈 서비스 시작 전인 1월1일부터 10일까지 개설된 요구불예금 신규 계좌는 총 3만8948좌(일평균 5564좌)가 개설됐다. 사전 오픈을 시작한 1월20일부터 31일까지 개설된 요구불예금 신규개설 계좌 수는 총 12만7092좌(일평균 2만1182좌)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국민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신규개설 계좌도 늘었다. 같은 기간 2만8147좌(일평균 4021좌)에서 11만718좌(일평균 1만8453좌)로 5배가량 증가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평소 대비 3배가량 신규계좌 개설이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빗썸과 제휴 이후 평소 대비 계좌 개설 규모가 3~4배 늘었다"며 "내부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만한 다른 계절적 요인 등이 전혀 없어 '빗썸 효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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